5일 대구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조림산 기슭에 자리한 충의공 엄흥도의 묘역은 고요했다. 봉분 앞 묘비에는 '증공조판서 충의엄공지묘(贈工曹判書忠毅嚴公之墓)'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이곳이 조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공로로 사후 공조판서에 추증된 충의공 엄흥도 선생의 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산등성이에는 봉분과 상석, 석등, 석수 등이 갖춰져 있었으며 산자락에 자리한 묘역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최근 흥행 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배우 유해진이 엄흥도를 연기하며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묘가 강원도 영월에 있는 것으로 소개된다. 실제로 네이버 지도 서비스에서도 영월 묘만 표시되고 있어 군위 묘역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김광순 택민국학연구원장(경북대 명예교수) 연구팀은 2009년 발표한 연구에서 《조선왕조실록》과 관련 문헌, 후손 가계 자료 등을 종합해 이곳 조림산 묘역이 엄흥도의 진묘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영월엄씨 중앙종친회도 《영월엄씨대동보》에 군위 의흥 조림산 묘역을 엄흥도의 묘로 기록하고 있다.
묘역 인근에는 약 8면 규모의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만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갖춰지지 않아 방문객 편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군위군 관계자는 "엄흥도의 묘가 군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블로그 등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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