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뉴스 본 아이 질문에 “우린 안전해” 답해야
전문가 불안해하는 자녀 대화법 조언
폭력적 장면 노출 줄이고 부모의 차분한 태도 중요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으로 해당 장면을 영상으로 본 자녀들 반응에 부모들이 당황하는 모습.<AI생성 이미지>
A(46·달서구 도원동)씨는 최근 여섯 살 딸과 함께 뉴스를 보다가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화면에 폭격 장면이 나오자 아이가 "아빠, 전쟁이 뭐야? 우리도 저렇게 돼?"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폭발 장면에 놀란 아이는 몸을 숨기기도 했다.
반면 두 살 어린 둘째는 "불이다. 소방차 출동해야지"라며 환호했다. 상반된 아이들의 반응에 A씨는 "순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며 "괜히 잘못 말해 아이가 더 무서워할까 걱정됐다"고 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반응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무엇보다 부모가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계명대 정대겸 교수(심리학과)는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현실과 영상 속 상황을 완전히 구분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TV 화면을 통해 본 장면만으로 트라우마가 형성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부모 반응이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모가 과도하게 놀라거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지금 상황이 정말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불안정한 경우라면 이러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아이에게 '우리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쟁 장면 노출을 줄이고 강하게 제지하기보다는 놀이 활동 등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쟁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 현장에선 '회피'보다 '설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태옥 대원유치원장(대구 북구)은 "미취학 아동의 경우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질문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 원장은 "아이가 전쟁이라는 단어를 묻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말을 접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게 궁금했구나'라고 먼저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질문을 막거나 부모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이후 다른 궁금증도 묻지 않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이 눈높이에 맞춘 설명도 필요하다. 친구끼리 생각이 달라 다투는 것처럼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라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비유해 설명하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아이 수준에 맞는 간단하고 사실적인 설명이 가장 적절하다는 조언이다. 그림책 등 어린이 도서를 활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으로 봤다.
서 원장은 "위험하거나 어려운 주제를 무조건 차단하기보다 아이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며 "아이에게는 이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현목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