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청의 7급 공무원이 무려 25억 원의 공금을 횡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김병삼 영천시장이 부랴부랴 대(對)시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허탈감은 엄청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하위직 공무원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거액의 시비가 새어나가는 동안 내부 결재 라인과 감사 시스템이 먹통이었기 때문이다. 환수 여부도 불투명하다. 공무원이 횡령한 공금을 가상자산에 투자해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환수하겠다"는 김 시장의 큰소리가 다소 공허하게 들린다. 김 시장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당연한 조치이다. 횡령 당사자에 대한 사법 처리는 물론, 긴 시간 동안 결재 도장을 찍어준 상급자들과 감사 부서에 직무유기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사라진 시민 혈세를 받아내기 위한 실질적 조치도 따라야 한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그제 간부회의에서 공직사회의 청렴을 강력히 주문했다. 영천시에서 터진 '대형 사고'를 보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더욱이 2013년부터 2026년까지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의 외부 감사보고서 62건을 분석한 결과, 806건의 위반 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규정을 어긴 '셀프 수당'과 '특혜성 복지', '무자격 업체의 안전관리'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에도 대구시의 처분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영천시와 대구시는 물론 대구경북(TK) 지자체는 추 시장의 청렴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민선 9기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내부 통제 시스템을 원점에서 다시 짜는 등 공직사회의 철저한 각성과 뼈를 깎는 쇄신이 요구된다. 시민의 삶을 뒤흔드는 '제2의 영천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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