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대구국세청, 9일 ‘위기가구 발굴 등 업무협약’
“생계형 체납 등 위기징후 포착해 적기 지원 연계”
전문가 “데이터 안 잡히는 위기 발굴, 꾸준히 고민해야”
지자체를 비롯해 각계 기관에서 복지 사각지대 및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미지=생성형 AI
지난 2019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대구 북구의 한 빌라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이 가족은 가장의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8월, 경기도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던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강화됐지만, 유사한 비극은 반복돼 왔다.
자체 해결이 힘든 심각한 경제·사회적 고립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적기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위기가구'와 그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숙지지 않고 있는 것.
그런 가운데 대구 지자체와 지방국세청이 함께 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에 나서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지역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와 대구지방국세청이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양 기관은 9일 대구시청에서 '위기가구 발굴 및 맞춤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대구시와 대구국세청 및 소속·관할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위기가구를 발굴, 복지 지원에 연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체납 관리 현장에서 포착되는 '생계형 체납' 등 위기 징후를 파악해 위기가구에 대한 공적 및 민간서비스를 적기에 연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 업무협약은 대구국세청이 대구시에 요청을 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대구국세청에서 공유되는 위기 징후 정보를 기반으로 대상자를 확인하고, 지원 필요성을 검토하게 된다. 또 현장 상담을 실시해 복지 서비스를 연계할 방침이다. 대구국세청은 체납관리 과정에서 파악되는 위기 징후를 행정기관에 통보해 위기 극복 및 재기를 돕는 역할을 맡는다.
이재홍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경제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계형 체납 등은 위기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라며 "이번 대구국세청과의 업무협약 및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간 대구에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다양한 정책이 시도돼 왔다. 그중 하나가 '생활 데이터'를 통한 위기가구 발굴이다.
전기, 가스, 수도 요금 연체정보를 분석해 복지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해당 징후가 포착된 가구에 대해 관할 행정복지센터가 신속하게 조사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2024년과 지난해 3월까지 3천532가구의 위기가구가 연체정보 분석을 통해 발굴됐다. 이들 가구에는 기초 수급 60건, 긴급복지 33건, 기타 공공서비스 36건, 민간 서비스 130건, 정보 안내 2천270건 등 저마다 상황에 맞는 복지 서비스가 연계됐다.
전문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은 꾸준히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구대 박영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공공영역에서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라며 "공적 데이터에 접근하기 힘든 민간영역과도 협력을 통해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복지 선진국의 위기 발굴 시스템은 정말 정교하게 구축돼 있다"며 "데이터에 잡히기 힘든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 사회가 꾸준히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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