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공천 난맥상이 가관이다. 대구시장 공천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진 컷오프(공천 배제)'를 둘러싸고 이전투구 양상이 펼쳐지면서 공천 방식 결정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양새다. 장동혁 대표는 그저께 대구지역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좋은 경선안 만들어 오면 고민하겠다"라고 밝혀, 공천 방식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안을 논의하는 데 1~2주일 걸릴 것으로 보여, 공천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다 키를 쥔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일단 "대구시장 공천은 이번 주에 하기 힘들 것"이라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후보들의 공세에 밀릴 수 없다며 강공 모드를 고수한다면, 당이 '공천 내전'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이 위원장과 중진 의원 간에는 정치 도의에 어긋난 '지역 비하' 등 인신공격성 비난까지 주고받는 볼썽사나운 작태를 연출한 게 그 방증이다.
공천 파열음은 곳곳에서 확대되는 양상이다. 충북지사 후보 공천은 아수라장이다. 현역 단체장 컷오프에 이어 추가 공모를 통해 특정인을 밀어주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가처분 신청에다 공천 신청 취소 사태, 특정 후보 등록에 '공관위의 야합'이라며 반발하는 등 혼돈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컷오프 결정은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고, 서울시장은 천신만고 끝에 오세훈 시장을 경선에 참여시켜놓고, '공천 방식은 정해진 것 없다'며 우왕좌왕한다. 공천이 얼마나 즉흥적이고 졸속으로 이뤄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무원칙이 유일한 원칙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러다 보니 당 안팎에선 온갖 음모론이 난무한다. 친박과 친윤 득세설, 강성 유튜버 개입설, 특정인 내정설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또 대구 유력 후보의 무소속 출마설과 공석이 된 이 지역구에 한동훈 전 대표 출마설까지 겹치면서 자중지란의 양상을 띠고 있다. 공당에서 공천을 둘러싼 일정 부분 잡음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해 자폭 수준으로 비친다.
위기 때마다 보수 정당의 버팀목이 됐던 대구의 민심도 싸늘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이번 공천 사태는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국힘의 구태의연한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보수 성지를 지킨 대구 민심의 기대를 저버린 배신에 가깝다. 대구 민심이 원하는 건 혁신 거부가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원칙이다. 이게 보수를 회생시킬 최소한의 염치다. 민심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명약관화할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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