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한계론” 깬 청년 창업가…‘글로벌 공간 AI 표준’ 정조준
고가 장비 장벽 허문 ‘포브스 30인’
B2B 피벗 1년만에 14곳 홀린 20대 CEO의 승부수
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에 선정된 김승윤 브로즈 대표가 회사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6년 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 컨슈머 테크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대구의 청년 창업가가 있다. 스페이셜(공간) AI 스타트업 주식회사 브로즈(Broz)를 이끄는 김승윤 대표(28)가 주인공이다.
지난 16일 대구스케일업허브(DASH)에서 만난 김 대표는 2026년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한국의 청년 리더로 선정됐다. 포브스 리더 선정에 김 대표는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20대의 치열했던 고민과 도전이 가치 있게 인정받은 것 같아 큰 선물과 깊은 격려처럼 느껴진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과거 친분이 있는 창업가들의 선정을 보며 품었던 작은 소망이 20대의 마지막 자락에서 값진 결실로 돌아온 것이다. DGIST 기초학부를 휴학 중인 그는 2020년 브로즈를 창업해 청춘의 대부분을 기술혁신과 오프라인 공간의 디지털화에 쏟아부었다.
스타트업계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뚜렷한 현 상황에서 지방에서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창업·성장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대구의 창업 생태계를 든든한 성장의 발판으로 꼽았다. 그는 "대구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지역"이라며 "DGIST 등 지역 대학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같은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초기 창업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C-Lab과 같은 대구만의 특화 프로그램과 우수한 연구개발 인프라는 브로즈가 대구에서 기술의 싹을 틔우는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초기 스타트업의 고질적인 난제인 인재 확보와 R&D 고도화 역시 '산학연 협력'이라는 열쇠로 풀었다. 브로즈는 DGIST로부터 2건의 특허 기술 이전을 받으며 단숨에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김 대표는 지역에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지역 인프라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자산"이라며 "대구에서 시작하는 것을 한계로 보지 말고, 빠르게 실행하고 협력 사례를 만들 수 있는 강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과 지원기관을 단순한 외부 기관이 아닌 '성장 파트너'로 삼으라는 실질적인 충고다.
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에 선정된 김승윤 브로즈 대표가 회사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역 인프라를 적극 흡수하며 성장한 브로즈의 핵심 무기는 독자적 AI 솔루션 'FAVIEW(파뷰)'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에서 촬영 영상 3분으로 5분 만에 3D 공간을 생성해낸다. 타사 대비 필요 데이터를 90% 줄이고 속도를 10배 높였다. 김 대표는 "누구나 촬영 가능한 영상만으로 실제 활용 가능한 3D 공간 데이터를 빠르고 경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대교나 코오롱LSI, 대구에서는 현대시티아울렛 등 굵직한 상업 현장에 연이어 도입되며 고객의 체류 시간 증가와 만족도 향상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브로즈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자체 기술력'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와 압도적인 비용 절감에 있다. 외산 소프트웨어에 종속된 타사와 달리, 브로즈는 고객사가 원하는 커스텀 기능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다. 대교 마이다스 호텔에 브로즈의 IP 캐릭터 결합 기능을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간 일부가 변경되더라도 전체를 다시 작업할 필요 없이 해당 부분만 재촬영해 업로드하면 되는 간편한 유지보수 시스템도 기업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호텔, 리조트, 리테일, 관광지 등 오프라인 공간을 베이스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의 경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디지털화(DX)가 되고 있으며 이제는 필요가 아닌 필수"라며 "결국 브로즈의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은 단순한 구축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디지털 트윈을 더 쉽게 도입하고, 더 넓게 확산하고, 실제 고객 만족과 재방문율 향상까지 연결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500만~2천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라이다(LiDAR) 장비 없이, 스마트폰이나 드론 등 일반적인 영상기기만으로 3D 공간을 완벽히 복원해낸다. 김 대표는 "NeRF(신경방사장)와 3DGS(3D 공간을 3D 가우시안(타원체) 입자 집합으로 표현) 등 자체 비전 AI 모델을 통해 연산 속도는 높이고 용량과 유지보수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브로즈는 지난해 B2B 모델로 피벗(사업 방향 전환)한 지 불과 1년 만에 14곳과 PoC(기술검증)를 진행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지역의 오픈이노베이션(OI)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우수 사례를 구축한 결과, 호반건설과 SKT 등 대기업은 물론 한국마사회 등 대규모 공공기관으로까지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시드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브로즈는 현재 프리A 라운드를 순조롭게 진행하며 본격적인 스케일업 채비를 마쳤다.
브로즈의 혁신은 단순한 시각화에 머물지 않는다. 비전 언어모델(VLM)을 적용해 공간을 깊이 이해하고 대화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나아가 로봇 주행용 매핑 연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FAVIEW를 단순한 공간 뷰어가 아니라, 사람에게는 공간 안내와 정보 탐색을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운영 효율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돕고, 나아가 로봇과 AI 에이전트에게는 공간을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발전시키고 싶다"며 "하나의 공간 데이터를 사람과 로봇이 함께 쓰는 구조가 진정한 혁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시선은 이제 대구를 넘어 더 넓은 글로벌 시장을 향해 있다. 2026년 하반기 매출 12억원 달성과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동아시아와 미국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브로즈의 기술이 실제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나가고자 한다. 김 대표는 "동아시아는 관광·상업시설의 디지털 안내 수요가 높고, 미국은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공간 기술 확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며 "현지 파트너와의 실증과 레퍼런스 확보를 통해 단계적으로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검증된 공간 DX 모델을 해외에서도 통용되도록 고도화하고, 글로벌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구조와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모든 오프라인 공간을 디지털 자산화하여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김승윤 대표의 비전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화려하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포브스코리아의 '30세 미만 30인(30 Under 30)'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30세 이하의 청년 리더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포브스는 매년 미주·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대륙·국가별 각 분야에서 변화를 주도할 혁신가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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