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러진 13대 대구예총 선거에서 강정선 대구예총 전 수석부회장이 당선되며 '대구예총 역사상 첫 여성 회장'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대구예총은 1962년 설립된 후 줄곧 남성 회장 체제로 운영됐다. 강 회장의 당선이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지역 문화계의 견고했던 유리 천장을 깼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예총뿐만 아니라 산하 9개 단체를 둘러봐도 여성의 수장 진출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무용협회, 국악협회 등 여성 회원이 압도적인 분야를 제외하면 여성 회장은 찾기 힘들었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미술협회(1960년 창립)와 음악협회(1961년 창립)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성 회장이 한 명도 없었다. 건축가협회, 사진작가협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4년 대구문인협회에서 첫 여성 회장(안윤하)이 탄생한 데 이어 대구예총 회장까지 여성이 당선된 것은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 문화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공 영역인 기초문화재단과 국공립 문화기관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대구에는 2010년 대구지역 첫 기초문화재단으로 설립된 수성문화재단을 비롯해 달서문화재단, 달성문화재단, 행복북구문화재단 등 6개 문화재단이 있다. 이들 가운데 여성 상임이사는 수성문화재단 조춘지 전 이사와 행복북구문화재단 박정숙 이사 단 두 명뿐이다. 미술관, 극장 등 문화기관에서도 역대 공모직 기관장 중 여성은 김선희 전 대구미술관 관장, 정성희 전 수성아트피아 관장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남성이 기관장이 되면 당연시되지만, 여성이 되면 '파격'으로 회자되는 풍토 자체가 그간의 불균형을 방증한다.
문화계에 부는 '여풍(女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의전'에서 '능력'으로, 변화하는 조직 문화를 보여준다. 과거 의전과 술자리, 인맥 등 남성 중심적 네트워크가 지배하던 조직 문화가 실무와 전문성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성 예술인들의 비중이 높아짐과 동시에, 섬세한 소통 능력과 투명한 업무 처리 능력을 갖춘 여성 리더들이 그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대구예총 첫 여성 회장 탄생으로 대구지역 문화계는 유리 천장 너머 균형의 시대로 나아가게 됐다. 첫 여성 회장이라는 영광만큼이나 강 회장의 어깨는 무겁게 됐다. 그는 임기 내 추진할 핵심 과제로 △시그니처 브랜드 사업 육성 등 회원 단체 지원 시스템 정비 △지속 가능한 대구예총 지원 시스템 구축 △개인·단체·기업 지정 기부 및 후원 유치 등 기부 시스템 구축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예술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리더십'이다. 선거 과정에서 흐트러진 회원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해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이야말로 새 리더십의 성패를 가를 가늠자가 될 것이다.
4년이라는 임기는 구체적 성과를 내기에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강 회장이 예총 산하 단체들과 긴밀히 호흡하며 약속한 공약들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갈 때, '첫 여성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성공한 예총 회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최근 영남일보 인터뷰에서 강 회장이 밝혔듯, 지역문화계에서의 30여 년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단체가 시너지를 올리도록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김수영 콘텐츠&사회공헌 에디터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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