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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경북정치, 경쟁없는 시장이 만든 오만한 식당

2026-03-25 21:16
전준혁기자

전준혁기자

동네에 유명한 맛집 식당이 있다. 손님이 무조건 올 것이라는 자신감이었을까. 이 식당은 갈수록 불친절해지고 음식 맛도 형편없어졌다. 급기야 최근에는 손님들이 가장 즐겨 찾는 인기메뉴마저 예고 없이 없애버리고, 일방적으로 고른 엉뚱한 메뉴를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쟁자가 없다는 이유로 이른바 '배짱장사'를 하는 이 식당의 몰염치한 모습은, 최근 1차 컷오프 결과 발표 이후 요동치고 있는 국민의힘 포항시장 선거판과 판박이다.


컷오프 발표 며칠 전부터 지역정가에는 4명의 생존자 명단이 담긴 '괴문자'가 돌며 파장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실제 결과는 그 명단과 토씨하나 다르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부터 3위를 달리던 유력 후보들이 일제히 탈락했다는 점이다. 이에 반발한 탈락자들은 공천관리위원회의 부실 검증을 직격하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경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러한 진흙탕 싸움을 지켜보며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야 함은 온전히 유권자인 시민의 몫이다. 경선이 곧 본선인 이곳 경북 지역에서는 후보들 간의 건강한 정책 대결은 실종된 지 오래다. 출마자들은 시민의 의지를 대변하기보다 공천권을 쥔 중앙당의 눈치만 보기에 급급하며, 시민들은 오로지 당선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간판 아래서 선거철만 되면 편이 갈라져 반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지역 정치가 선거를 치를 때마다 퇴보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지역민들은 지금껏 국민의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훌륭한 인재가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포항시장 컷오프 과정에서 발생한 여론조사 상위권 후보들의 대거 탈락과 사전명단 유출 사태는 그나마 남은 시민들의 기대감마저 무참히 꺾어버렸다. 다수의 시민이 지지하던 인물들이 아예 배제된 상황은 그야말로 제일 잘 팔리는 인기메뉴를 억지로 빼앗긴 손님의 참담한 심정과 같다.


물론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들이 능력 미달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적인 문제는 이토록 파격적인 공천 배제 상황에 대해, 공관위가 포항시민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타당한 설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앙당 차원에서 지역 유권자를 진정으로 존중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엄중한 시점이다.


이제 포항의 유권자들은 예전처럼 주는 대로 묵묵히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경쟁자가 대구경북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이 시점에 배짱 장사를 계속한다면, 그 끝은 결국 폐업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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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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