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단순 재고 정리 수준의 개인 판매는 위법성 없다고 판단
단, 반복적 영업 형태나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시 처벌 대상
이성후(71·가명)씨 아파트 베란다에 쌓여있는 요소수. 김현목 기자
최근 은퇴한 유조차 기사 이성후(71·가명)씨는 베란다에 쌓여 있는 요소수를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수시로 구매해 비축했다. 일주일에 2~3통씩 사용했는데 요소수가 떨어지면 운행 자체가 불가능해서다. 구입 가격은 1만2천~1만5천원 수준이었다. 은퇴를 하면서 요소수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10ℓ 기준 35통이 남았다. 이씨는 "당시 구한다고 고생한 기억이 있어 그냥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근 가격 상승과 맞물려 중고로 판매할 경우 법적 문제가 없는지 우려된다"고 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에 대한 근심이 커지고 있다. 요소수의 경우 26일 온라인 쇼핑몰에선 10ℓ 제품이 4만대에 판매돼 전주 대비 30% 이상 올랐다. 이에 따라 매점매석이나 가격 폭리 등에 대한 정부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고거래에서 자신도 모르게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대 신영수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개인이 보유하던 물품을 중고 형태로 다시 판매하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로 본다"며 "그 자체만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반복적으로 판매하거나 사실상 영업 형태로 이어질 경우 별도 신고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석유류 등 특수 물품은 신고 없이 계속 판매하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보유 물량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대량 판매 형태로 보여 영업이나 사업성이 인정될 경우 세법상 사업자 등록 및 소득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법적으로 특정 행위를 일괄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적용 법이 달라지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정부가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할 경우 가격·판매 방식 등에 제한이 생길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중고 가격 기준에 대해선 명확한 선을 긋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법에서 말하는 '적정 가격'이 추상적인 개념이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 등에 공개된 가격을 기준으로 통상적인 범위 내(5~10%) 가격 변동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교수는 "단순한 재고 정리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반복적 판매나 과도한 이익 추구로 보이면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이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는 현재 개인 간 거래에 대해 직접적인 규제나 단속은 하지 않고 있다. 시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물가 반영 물품 등의 개인 간 거래는 별도로 점검하거나 단속하고 있지 않다"며 "아직 중고 거래까지 과열될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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