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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노력보다 방향

2026-03-27 06:00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문장은 교육 현장에서 생각보다 자주 떠오른다. 이유가 분명한 아이는 힘들어도 버틴다. 반대로 이유를 찾지 못한 아이는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멈춘다. 열심히만 하는 아이보다 방향 있는 아이가 결국 이긴다.


아이들이 중간에 멈추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시작은 했지만 이어가지 못하고, 계획은 세웠지만 끝까지 가지 못한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고 쉽게 포기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은 포기라기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의 자연스러운 멈춤에 가깝다. 방향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달리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청소년들을 만나왔다. 그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분명하게 느꼈다. 아이들은 게으르지 않다. 다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뿐이다. 어떤 아이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도 계속 흔들린다. 반대로 방향을 잡은 아이는 속도가 느려도 끝까지 간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비전다이어리 30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방법은 단순하다. 책 10권을 읽고, 사람 10명을 만나고, 글 10편을 쓰는 것이다.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이 단순한 구조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은 성취를 만드는 힘이 단순한 노력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고 지속하는 힘에 있다고 말한다. 제임스 클리어의 저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도 역시 행동은 의지보다 구조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방향과 구조가 없으면,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비전다이어리 30은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린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접한다. 다양한 직업과 삶의 방식, 그리고 사람들의 선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인터뷰는 그다음 단계다. 실제로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막연했던 생각이 조금씩 현실이 된다. 그리고 글쓰기가 그 과정을 마무리한다.


많은 아이들이 정보를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자기 삶과 연결하지 못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간극이 줄어든다. 생각이 정리되면서 선택이 가능해지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때부터 공부는 달라진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과정이 된다. 이런 공부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래 고민해왔다. 지금의 나는 비교적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방향을 만들어주는 일에 가깝다. 어떤 길이 있는지 보여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과정이 교육이다.


방향이 생긴 아이는 멈추지 않는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방향이 있는 아이는 스스로 동기를 만들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 그 힘은 밖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힘이다. 방향 없이 쏟아지는 노력은 금방 지친다. 반대로 방향이 잡힌 노력은 조금씩 쌓인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결국 삶을 바꾼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가보다 먼저 물어야 한다. 아이들이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교육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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