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6·3 지방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성(守城)과 탈환(奪還)이라는 목표 아래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자를 결정하는 공천(公薦) 시즌이다. 여·야 각 당은 참신하고 능력 있는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여 당의 얼굴로 내세워 선거전략을 완성해 나갈 시점이다. 선거를 앞둔 공천이 원래 시끄럽다고들 하지만 한쪽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다른 한쪽은 폭풍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승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며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천 갈등이 아닌 내부 당권 경쟁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의 공천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라 아니할 수 없을 거 같다. 경선 컷오프에서 불공정한 원칙과 모호한 기준으로 탈락한 후보들이 잇달아 당 공관위와 지도부를 상대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직 국회의원도, 현역 도지사도, 6선의 당 중진까지도 컷오프에 반발해 단식과 삭발 그리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정도이니 그 어느 때 공천 잡음이나 내홍(內訌)을 넘어 당의 존립과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급기야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김부겸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모두 이긴다는 결과까지 나온 실정이다. 국민의힘으로선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TK 지역마저 수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위기에 봉착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국민의힘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낮은 당 지지율을 극복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경선 흥행과 함께 전통적인 지지층의 결집과 중도층의 지지세 확보가 관건인데도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 우려를 넘어 안타까울 지경이다. 도로 '윤어게인당'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현장을 뛰는 후보들의 입에서 지도부가 '윤어게인' 세력을 등에 업고 유세장에 오지 않을까 두렵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니 말이다. 당의 상징색인 빨강 대신 흰색 점퍼를 입는 후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와 당의 정체성이 오히려 선거의 걸림돌 취급을 받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과거 보수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도 항상 당내 갈등과 내홍은 존재해 왔었다. 어떤 때는 '공천학살'이라 불릴 만큼 극심한 갈등과 대립이 있었지만, 인재 영입을 통한 세대교체를 이루거나 변화와 쇄신을 통한 정당개혁을 통해 그 위기를 헤쳐나온 경험이 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체제인 2000년에는 '3김 청산'이란 명분으로 제1당을 유지했으며, 2008년에는 친이vs친박 갈등 속에서도 과반이 넘는 153석의 의석을 차지했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공정성과 형평성에 기반하지 않은 세대교체, 시대교체는 화려한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정치권의 인적 쇄신 필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험의 존중과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기본 원칙은 항시 작동되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흔히들 정치가 품격을 잃으면 시정잡배의 싸움판이 된다고들 한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공천 개혁의 과정이 자칫 보수의 정체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해 행위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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