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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100년의 흐름을 담다…대구미술관, ‘서화무진(書畵無盡)’

2026-03-30 21:08

대구미술관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전…개관 이래 단일 전시 최대 규모
조선 후기 진경산수부터 오늘날 한국화까지 83명의 작가 작품 200여점 선보여
다채로운 한국화 매력 느낄 수 있어

지난 17일 이정희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보리밭 화가로 잘 알려진 이숙자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지난 17일 이정희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보리밭 화가'로 잘 알려진 이숙자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대구미술관 어미홀 전경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어미홀 전경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어미홀에는 압도적인 산의 기운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박대성의 '청량산필봉' 속 거대한 바위산은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듯한 에너지를 전하며, 세로로 긴 화면 구성은 산의 웅장함을 더욱 극대화한다.


시선을 옆으로 옮기면 한국화 채색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장상의의 '백두산신곡'은 길이 17m의 화면 곳곳에 적·청·백·녹의 강렬한 색채를 배치해 충돌과 화합을 거듭하는 인상을 만들어내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국화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고, 오늘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는 특별전이 마련됐다. 대구미술관이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전 '서화무진(書畵無盡)'을 오는 6월14일까지 선보인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미술관 2층에서 한 관람객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지난 26일 오후 대구미술관 2층에서 한 관람객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사 속에서 현대 한국화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192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현대 한국화의 흐름을 시기별 주요 작가들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살핀다.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며 현대화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 온 작고 작가와 원로·중진·신진 작가 83명의 작품 200여 점이 1~3전시실과 선큰가든, 어미홀에서 소개된다. 개관 이래 단일 전시로는 최대 규모다.


전시 제목인 '서화무진'은 옛 화가들이 추구한 미적 성취와 표현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풍경, 추상, 인물화로 다채롭게 구현되고 끊임없이 확장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 문인화, 풍속화가 근대에서 현대, 그리고 동시대로 이어지며 예술가들에게 끼친 영향과 그 계보를 탐색하고 한국화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다양성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대구미술관은 전시를 총 8개 섹션으로 구성해 한국화의 흐름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1부 '붓이 움직일 때'는 모두 4개 섹션으로 이뤄진다.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성취를 시작으로 전통적 산수의 필묵이 현대적 풍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피는 '높은 산, 긴 물', 지·필·묵의 매체적 한계와 전통 서화의 관습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길을 탐색해 온 시도들을 조명하는 '새로운 길', 가시적 형상을 넘어 작가의 사유를 담아내는 의경의 세계를 탐구하는 '뜻 이르는 자리', 조선 후기 풍속화의 맥을 이어 사람들의 삶과 세상의 풍경을 포착하는 '인간 세상을 그리다'로 구성된다.


1부의 시작은 한국 자연의 소박하면서도 유구한 생명력을 담아낸 청전 이상범의 8폭 병풍 대작 '산고수장'이다. 작가의 마음속에 내재된 이상적인 한국의 산하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청전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맞은 편엔 청전의 라이벌이자 깊은 우정을 나눈 소정 변관식의 진양성 6폭 병풍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역동적인 필치와 향토적 정서를 담은 작품엔 '서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화무진 전시 모습.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화무진' 전시 모습.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이어지는 전시에선 조선 후기의 진경산수의 전통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응노·박생광·박래현·안동숙·김기창 등 재료와 표현 방식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진경산수가 오늘날의 풍경화로 옮겨오는 과정과 한국화의 추상화 가능성을 탐색한 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다.


2부 '세상은 이어지고' 역시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통 산수화의 소재나 구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 한국화의 회화성을 드러내는 '한국(회)화: 새로운 진경', 역사적 서사와 믿음의 체계를 적극적으로 소환해 동시대 시각에서 질문을 던지고 전복을 시도하는 '소환과 갱신', 전통 재료와 기법을 빌려 다양한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감각으로의 회귀', 현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은폐되고 터부시되는 관습을 모티브로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는 시도가 담긴 '뒤집어보는 습속(習俗)'이다.


1920~1960년대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는 1부에서 병풍 등 전통적 형식이 두드러졌다면, 2부에선 설치를 비롯한 동시대적 표현 방식으로 그 외연의 확장을 보여준다. 특히 비정형 캔버스로 입체감을 더한 이진주, 관습적인 형식·기법·매체를 해체한 김지평 등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한국화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정희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학예실에서도 전관을 한국화로 채우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전시가 '한국화라는 것이 이렇게 넓은 세계구나' '이런 작업도 한국화구나'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기획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1897년생인 청전 이상범부터 30대 중반인 작가들까지 100년의 세월을 담은 전시인 만큼 한국화의 전통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유지되고 확장되며 발전해 왔는지를 한 눈에 조망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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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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