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버스회사 지원 확대 우려 등 재심의했지만 원안 통과
학부모들 “3월부터 된다더니”…혼선만 키운 한 달
개방형 그대로 4월 시행…“새 학기 미룰 만큼 달라진 게 뭔가”
경주 시가지 일대를 운행하고 있는 260번 경주시내버스 모습. 장성재기자
경주시 어린이·청소년 시내버스 무상 지원이 당초 계획보다 1개월 늦어진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 초 경주시의회가 제동을 건 뒤 진행된 논의 과정을 보면 새 학기 시행을 미룰 만큼 실질적 변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학부모와 학생들만 혼란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시는 당초 새 학기인 3월부터 6세 이상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이 기존 교통카드로 시내버스를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말 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 심사에서 보류됐다. 당시 쟁점은 지원 범위와 정산 구조였다. 경주시 어린이·청소년 뿐만 아니라 경주를 방문한 외지 어린이·청소년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후정산 방식이 버스회사 지원 확대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열린 문화도시위원회 임시회에서도 논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최재필 위원은 택시업계 반발 대책을, 임활 위원은 부정 사용 가능성을 짚었다. 이진락 위원은 집행부가 조례 통과 전 정책을 먼저 알리며 의회가 발목을 잡는 것처럼 비쳤다고 비판했다.
경주시 어린이·청소년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 정책 홍보영상 촬영 현장. 경주시는 1일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내버스 이용요금을 전면 무료화했다. <경주시 제공>
경주시의 어린이·청소년 무상교통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간 약 31억5천800만원 규모다. 적지 않은 세금이 버스회사의 후정산 손실보전금 형태로 들어가는 만큼, 시의회가 정산 구조의 투명성을 따져 묻는 것 자체는 당연한 견제 역할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한 달 간의 논의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개방형 적용 범위도 그대로 유지됐고, 기존 교통카드를 쓰는 방식도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무상교통 정책을 운영하는 경기 화성시는 시내·마을버스 요금을 전용카드 등록과 선충전, 월별 정산을 거쳐 이용자 계좌로 사후 환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집행부와 의회 간 기싸움에 2만2천여 명의 경주지역 어린이·청소년이 새 학기 한 달 치 교통비 절감 혜택 기회를 놓쳤다. 주부 최민영(39)씨는 "아이들 버스비 몇 만원도 한 달 살림에는 적지 않다"며 "바뀐 것도 없이 1개월을 허비한 것 같아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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