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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진정한 지역주의자를 찾습니다

2026-04-02 06:00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호남 출신이 대구를 만만히 본다" "왜 전라도 출신이 좌지우지하나" "전라도 사람들의 못된 버릇이다"…. 선거철이 돌아왔다. 케케묵은 지역주의 담론이 더 자주 등장한다. 특정 지역에 대한 집단적 이미지를 만들어 일반화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정치적 공격 방식이다. 편견을 강화하고 정치를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영역으로 끌어내리며 논의를 단순화시킨다. 결국 지역주의 담론에 기대는 정치는 게으르고 무능하다.


"한국의 지역주의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정치를 중심에 두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반복적으로 권력을 유지해 온 정치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민주주의는 권력이 교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로 작동한다. 그러나 대구와 광주는 장기간 특정 정당들이 우위를 점해온 지역이다. 정당 간 경쟁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면서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제한되어 왔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서 '지역주의 =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형성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를 타파와 청산의 대상으로만 간주하면 정치가 작동하는 핵심 단위를 보지 못한다. 문제는 지역을 대립의 구도로 소비해 온 정치 방식이다. 외려 '지역' 그 자체에 방점을 둔 개념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학에서 지역주의(regionalism)는 인접한 행위자들이 공통의 이해관계와 상호 의존을 바탕으로 협력과 통합을 모색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역은 정치적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협력의 단위이자 정책이 형성되는 공간이다. 각 지역이 처한 경제적·사회적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발전 전략이 형성되어야 한다. 결국 주체성과 특수성을 가진 각자의 '지역'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에서 정작 '지방'이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 의제보다 중앙 정치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 더 큰 쟁점이 된다. 지역에서 출마하는 정치인이면서 지역의 조건과 문제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왜 지역을 중앙의 하부 구조로 만드는가. 왜 특정 정당을 지키는 일이 정치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가. 왜 정치가 지역을 지키지 않고 지역이 정치를 지켜야 하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지역주의자'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주의자는 '지역'이라는 공간을 정치가 실제로 작동하는 조건이자 정치적 가능성이 형성되는 기반으로 인식한다. 중앙 정치의 논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지역의 조건을 출발점으로 인식한다. 지역의 산업 구조를 이해하고 재정의 제약을 고려하며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비로소 지역의 매력이 드러나고 사회의 다양성이 확대되며 공동체 전반에 활력이 살아난다.


지방선거는 지역 정치가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장이다. 좋은 지역 정치인의 기준은 출신 지역이 아니라 지역을 바라보는 태도와 역량이다. 지역주의 담론을 약화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역'을 공격의 도구로 쓰는 정치인 말고 '지역'을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는 정치인을 선택하면 된다. 그런 선택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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