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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제 덮친 ‘나프타 쇼크’…제조부터 섬유·건설·외식까지 전 산업 비상

2026-04-01 18:37

비닐 제조업계 신규 수주 중단
원자재값 70% 뛰지만, 단가는 못 올려
일부 섬유염료값은 100% 급등
종량제 수급난도 점차 현실화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 차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에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가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재기를 막기 위해 1인당 쓰레기 종량제 봉투 구매량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 차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에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가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재기를 막기 위해 1인당 쓰레기 종량제 봉투 구매량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나프타 수급난에 대구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말 그대로 '나프타 쇼크'다. 비닐 제조업계에는 셧다운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고, 건설업계와 섬유염색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많이 사용하는 외식업계 역시 비상등이 켜지기는 마찬가지다. 종량제 봉투 수급난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나프타 수급대란이 산업 전반은 물론 일반 가정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비닐 제조업 상당수 '스톱'


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말 기준 대구지역 비닐제조업(플라스틱 포대·봉투 및 유사 제조업)은 106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이들 중 상당수 기업은 생산 차질을 빚으며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나프타 수급난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로부터 나프타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는 비닐 포장재의 핵심 원료로 꼽힌다.


나프타 수급난이 심화하면서 원자재 가격도 폭발적으로 뛰고 있다. 현재 지역 비닐제조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 상승률은 한 달 전 대비 무려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북 성주의 한 농사 비닐제조 기업 이사 A씨는 "원자재 가격이 2월보다 70% 넘게 올랐다. 단가를 떠나서 원재료 확보를 못해 지난달 중순부터 수주를 중단한 상황"이라며 "우리 회사는 그나마 규모가 있는 기업이어서 이 정도지만, 좀 더 작은 기업들은 벌써 생산 라인 중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지만, 납품 단가는 그대로다. 연초에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업계의 관행 때문이다. A씨는 "대부분 비닐제조업체는 1~2월에 1년 단위 계약을 맺는다. 원자재 가격은 뛰는데, 단가는 올릴 수 없어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라며 "만약 이 상태로 1~2달 정도 더 흘러가면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존립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언론 등에서 러시아산 나프타를 대안으로 소개하지만, 현장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섬유염색산업 직격탄


지역 전통산업인 섬유염색산업도 나프타 수급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등 주요 직물 원료가 나프타여서다. 중동 전쟁 이후 염색업계의 생산원가는 급등 중이다.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은 3월 이후 폴리에스테르 원사 가격이 평균 30~40%, 염료 가격은 최대 100%까지 뛴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편의점에 종량제 봉투 재고 없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윤정혜 기자

지난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편의점에 '종량제 봉투 재고 없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윤정혜 기자

발전소 및 약품수급에도 애를 먹고 있다. 나프타 공급난이 굴린 공이 폐수 처리약품인 가성소다 수급 차질로 이어지면서다. 염색공단은 일부 납품업체로부터 생산 차질을 이유로 단가 인상을 압박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염색공단은 지난달 30일 중동 사태 비상대책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나프타 수급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다만, 섬유산업의 절반에 가까운 봉제업계 경우 원사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당장 타격은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김정화 대구시 섬유패션과장은 "봉제산업은 원사를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상 당장 입을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업계에서 위기 상황을 대비한 원사 재고를 한 달분 가량 비축해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하면 산업 전반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유염색산업도 나프타 수급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등 주요 직물 원료가 나프타여서다. 중동 전쟁 이후 염색업계의 생산원가는 급등 중이다.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은 3월 이후 폴리에스테르 원사 가격이 평균 30~40%, 염료 가격은 최대 100%까지 뛴 것으로 파악했다.


◆공사비 급등 단초되나 건설업도 비상


석유화학을 원료로 쓰는 건설자재도 최근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자재는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동 전쟁 이후 유류비가 크게 올라 자재 및 레미콘 운송비 인상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건물 공사에 반드시 쓰이는 페인트·도료 등 각종 자재값 인상과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자재 하도급 협력사들은 종합건설사에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평균 20~30% 인상한 하도급 공사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가격 인상 품목은 페인트, 단열재, 도배지, 에폭시 등 마감자재 대부분이다.


<주>서한 임문수 이사는 "석유화학 기반으로 한 건설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관련 하도급 사의 투찰 가격 또한 평균 20~30% 올랐다"고 하면서 "특히 파이프 기계 공사에 필요한 배관 공급은 수급 자체에 어려움이 있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여파가 클 것 같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도 중동 전쟁 이후 건설사 피해 등의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대구시는 3일 자재 수급 문제와 관련한 긴급 대책회의를 업계와 가질 예정이다.


◆소상공인도 발 동동


소상공인들은 물량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업체들은 소상공인들의 빗발치는 전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경북 경산시 소재, 플라스틱 병을 생산하는 <주>수주산업의 여상헌 상무는 "원료는 미리 확보해놓은 상황이다. 소매자들에게서 기존 가격으로 물량을 공급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원료 수급, 생산 등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용기 등을 많이 사용하는 외식업계는 당장 급하지는 않지만 수급 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오규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장은 "아직까지는 기존 확보된 물량이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시간이 흘러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사업체별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량제 봉투 수급 괜찮나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나프타 수급 불안은 종량제봉투 수급난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의 묶음식 사재기로 점포별로 재고 소진 후 봉투를 제공받지 못하는 곳도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편의점 등에는 '종량제 재고 없음'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고, 점포별로 1인 1장으로 판매 제한을 두는 곳도 생겼다. 실제로 대구 동구의 중대형 식자재마트는 지난 주말부터 종량제봉투 판매는 1인 1장으로 제한했다. 식자재마트 관계자는 "종량제봉투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새로 물량이 들어온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손님 1명당 종량제 봉투 판매는 지난 주말부터 1장으로 제한하고 수급 관리 중이다"고 했다.


다만 대구시는 현 상황에서는 오는 6월까지 종량제봉투 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구시 자원순환과 권영칠 과장은 "4월 (대구시민) 사용분까지 제작을 마쳤으며, 업체가 보유한 재고 원료로 5월 분 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중이다"고 하면서 "현재 상황이라면 6월 말까지는 수급 불안은 없으니 소비자들은 사재기와 같이 동요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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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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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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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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