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국회에서 26조2천억 원 규모의 '전쟁 추경'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한다. 이번 추경은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대응과 민생 안정을 위한 것으로,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10만~60만 원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돕는 재정 투입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방식과 시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민의 삶이 흔들릴 때 정부가 재정으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지원금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민생 지원금은 국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어야 한다. 추경이 선거를 앞둔 매표성 재정이라는 의심을 받는 순간 그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반복되는 현금 지원이 국민과 경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충격이 닥칠 때마다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관행화되면 구조 개혁보다 일회성 처방에 의존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국민 심리 역시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국가 재정에 기대는 방향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과 국민을 재정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 현금 배분보다 더 필요한 것은 고유가 충격을 흡수할 구조적 대책이다. 에너지 가격 안정, 물류비 절감, 취약계층 맞춤 지원이 우선이다. 국민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위기를 넘기기 위한 안전판이어야지, 매표성 재정이거나 국민의 재정 의존성을 키우는 도구여서는 절대 안 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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