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살린 생활문화센터부터 문학관·미술관까지
체험형 문화공간과 문화유산이 체류형 관광 견인
청송군 부남면의 남관생활문화센터 전경. 폐교된 한교가 전시와 체험,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조성됐다. <청송군 제공>
경북 청송군 관광 지형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주왕산과 주산지, 달기약수탕처럼 익숙한 자연 명소를 둘러보고 돌아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화자산 등을 경험하며 지역에 머무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연 풍광 위에 예술과 문학, 생활문화가 덧입혀지면서 청송 관광의 스펙트럼이 한층 두터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는 부남면의 남관생활문화센터가 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기면서 생기를 잃었던 대전초등학교는 이제 전시와 체험,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숨쉬고 있다. 청송 출신 추상미술 거장 남관 화백의 이름을 딴 이 공간은 단순히 작가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주민에게는 문화 활동의 거점이 되고, 외지 방문객에게는 청송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장소가 되고 있다.
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전시관과 체험실, 음악연습실, 다목적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별관의 오픈키친과 공예 카페는 공간의 쓰임을 더 생활 가까이 끌어당긴다. 특히 미디어아트홀은 청송의 자연 이미지와 남관 화백의 작품세계를 결합한 몰입형 콘텐츠로 눈길을 끈다. 화면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반응하고 움직이며 경험하는 방식이어서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청송군은 이런 문화공간을 단순한 전시시설이 아니라 체류형 관광의 기반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남관생활문화센터는 올해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공모사업에도 선정돼 전통음식 만들기, 국악기 체험, 미술 전시 등 생활 속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4월 진행되는 '청송의 맛과 멋을 잇다' 프로그램은 고추장을 직접 만들고 이를 활용한 음식까지 체험하는 방식으로 꾸려져, 지역 문화와 식생활을 함께 엮어내는 시도로 평가된다.
문학과 미술을 축으로 한 문화 인프라도 청송의 체류 매력을 키우는 요소다. 객주문학관은 김주영 작가의 대표작 '객주'를 매개로 청송의 이야기 자산을 문학적으로 풀어내고 있고, 군립청송야송미술관은 지역 미술의 결을 보여주는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야송 이원좌 화백 추모 7주기를 맞은 특별전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도 예정돼 있어 문화 콘텐츠의 밀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 공간은 관람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객주문학관의 글짓기·그림그리기 대회, 청송야송미술관의 청송야송미술대전처럼 청소년과 신진 예술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어지면서 지역 문화생태계의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 문화시설이 '보는 곳'에서 '해보는 곳', 다시 '지역 안에서 함께 키우는 곳'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청송군은 이제 자연경관만으로 기억되는 관광지를 넘어 지역의 시간과 예술, 이야기를 함께 체험하는 곳으로 관광정책의 방향을 틀고 있다. 산과 계곡이 청송의 첫인상을 만든다면, 문화공간은 그곳에 다시 머물 이유를 더하는 장치다. 청송 관광의 경쟁력이 단순한 자연 풍경에서 문화체험으로 옮겨가는 변화도 바로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
남덕규 청송군 문화경제과장은 "청송은 이제 자연을 넘어 문화로 기억되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며 "누구나 일상 속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더 많은 분들이 청송을 찾아 특별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송군 부남면의 남관생활문화센터 내 미디어아트홀에서 관람객들이 청송의 자연 이미지와 남관 화백의 작품세계가 결합된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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