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 회의 상세 정황 공개... 2시간 논의 끝에 가결 처리
재판부 “소규모 회의체 특성 고려... 자의적 배제 근거 부족”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상북도지사 예비경선 결과 개표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국회부의장이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된 결정과 관련해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가운데 3일 법원 결정문을 통해 컷오프가 결정되던 당일 공천관리위원회의 구체적인 회의 상황이 확인됐다.
3일 공개된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의 결정문에는 주 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공천 배제하기로 한 제17차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지난달 22일)의 상세한 내용이 담겼다. 당시 회의에는 공관위원 11명 전원이 참석해 두 사람의 컷오프 안건을 두고 2시간 가까이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컷오프 결정은 오전 대구에서 장동혁 당 대표가 지역 현역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오후 시간에 결정된 것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공관위 회의에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회의 도중 장동혁 당대표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결 당시 공관위원 중 2명은 반대 의사를, 1명은 기권 의사를 표명했다. 기권한 위원은 당대표의 의중이 무엇인지 위원장이 명확히 이야기해주지 않은 상태에서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로 기권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표결 절차를 두고 다소 매끄럽지 않았던 정황도 일부 있었다. 이 위원장이 반대와 기권 의사를 밝힌 3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에 대해 명시적으로 찬성 의사를 묻거나 손을 들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 의원 측의 설명이다. 위원장이 반대 여부를 물은 뒤 자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위원들을 찬성한 것으로 일괄 간주하는 방식으로 가결을 처리한 것이다.
또한 사무총장인 정희용(고령-성주-칠곡) 의원의 경우 대구·경북 지역 출신이라는 점과 본인입장을 계속 강조하면 논의가 진행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회의장에서 이석했다가 표결에만 참여한 사실도 있었다. 이후 작성된 회의결과 문건에는 반대나 기권표의 수에 대한 구체적인 기재 없이 단지 "의결사항: 가결"이라고만 적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재판부는 표결 절차에 다소 잘못이나 이례적인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대 의사가 나왔다면 찬성과 반대의 숫자를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라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11명이라는 소규모 회의체에서 2시간 가까이 논의가 이뤄진 점을 고려했다. 자발적으로 반대나 기권을 표시한 공관위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찬성으로 정리한 것이 결정을 무효로 돌릴 만큼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머지 위원들이 아직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거나 회의 분위기에 위축돼 침묵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컷오프에 대한 이유도 법적 공방의 대상이었다. 공관위는 결정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배제 이유를 밝혔다. 대구의 산업 경쟁력 증진과 청년 유출 방지 등을 위해 정치 경력보다 경제·산업 분야의 능력이 있는 후보를 공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주 부의장과 이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국회와 국가정치 전반에서 더 크게 쓰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취지였다.
주 부의장 측은 이 같은 '역할론'이 당헌 제99조의 컷오프 목적과 무관하고,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유지해 온 자신을 배제한 것은 재량권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단체장 후보 면접에 참석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최은석·추경호·윤재옥 의원, 주호영 국회부의장, 유영하 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홍석준 전 의원, 김한구 전 달성군 새마을협의회 감사. 연합뉴스
법원은 여론조사 지지율이 여러 심사 기준 가운데 하나일 뿐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점, 지지율은 선거를 앞두고 변화할 수 있어 반드시 높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또 역할론이 사전에 마련된 자격심사 기준에 따른 평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작동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현재의 여론조사 지지율이나 주 부의장의 지위 등에 비추어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표현도 남겼다.
주 부의장 측은 이번 결정이 당대표 장동혁의 잠재적 경쟁자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에 당선되면 대구수성구갑 보궐선거가 실시되는데, 장동혁의 경쟁자인 한동훈이 그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논리였다. 법원은 이에 대해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주 부의장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정당의 공천과정은 고도의 정치적 의사결정으로서 자율성 보장이 강하게 요구되는 영역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