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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케치] 대선 후보 출마 방불케한 김부겸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대구서는 TK 출마자 챙겨
  •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점검요원 3명 모두 ‘참변’

김부겸이 12년만에 다시 꺼내든 ‘박정희·박근혜’ 카드, 이번에는 다른 이유는?

2026-04-03 16:26

12년 전 쓴맛 본 ‘보수 껴안기’ 전략 꺼낸 김부겸
이재명 실용 노선 속 민주당 내 수용력 높아져
국민의힘 극우행보에 동참않는 틈새 노리는 전략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천 심사 면접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천 심사 면접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보수심판'을 기치로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총리의 '외연확장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선거전 초반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보수 표심을 자극하는 발언들이 부쩍 늘어 눈길을 끈다. 12년 전 비슷한 시도로 당내 역풍만 맞고 표심도 잡지 못했던 전략이다.


하지만 분명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 중앙 및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당내 의원들을 먼저 설득했고 이재명 정부의 실용 노선이 당의 체질을 바꿔놓았으며, 국민의힘 극우 행보에 실망한 중도보수 유권자라는 새로운 수요까지 생긴 것이다. 즉 같은 카드지만 판이 달라진 셈이다.


◆ 金 당에서도 "대구시민 목소리 전할 것"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대구 엑스코(EXCO)를 '박정희 엑스코'로 이름 붙여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교류하자는 제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당의 후보 면접에서도 김 전 총리는 이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 같은 것이 대구에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예방과 관련해선 "국가 원로이고 지역사회 어른이니 방문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정치적 절차가 있어 그런 요청을 지금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절차가 다 끝나고 나면 방문해 요청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의 이같은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출마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사진을 내걸고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했다가 진보 진영의 정체성 시비에 휘말렸고. 공약집에서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는 상황도 겪었다. 김 전 총리도 최근 출마 선언 현장에서 "당에선 난리, 표도 안 나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2014년 지방선거 당시 현수막.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이 걸려있다. 영남일보DB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2014년 지방선거 당시 현수막.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이 걸려있다. 영남일보DB

하지만 김 전 총리가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자신감 있게 이같은 발언들을 이어 나가는 이유는 무엇보다 당내 설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총리는 이번 출마 과정에서 철저한 사전 교감을 가졌다. 실제로 김 전 총리는 최근 출마 공식화 직후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 박 전 대통령 예방과 보수 원로 접촉 구상 등을 밝히며 우회적으로 양해를 구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 예방 등 TK 보수 원로급 인사 접촉안을 직접 꺼내 의원들 반응을 살폈다. 김 전 총리는 "모든 걸 완벽하게 할 순 없지 않겠느냐"며 우회적으로 양해를 구하면서도 조언을 요청했다고 한다.


해당 회동에 참석한 A의원은 영남일보 기자와 만나 "김 전 총리께서 이미 작심한 듯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의 문제를 비롯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했고 당 지도부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당과 지역 민심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도 미리 당 지도부에 양해를 구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당 지도부에 "당이 다 잘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민심과 어긋날 경우 (비판적)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회동 참석자들이 동의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김 전 총리는 이날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문제에 대해 "불가피하게 대구시민 입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당 입장에 무조건 맞출 수만은 없다는 취지"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천 심사 면접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천 심사 면접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극우 행보에 갈 길 잃은 보수표심 공략


지역 정가에선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의 체질이 대통령의 구호처럼 '실용' 위주로 재편된 점도, 김 전 총리의 '보수 끌어안기'에 대한 당내 수용력을 높였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 본인이 대선 시절부터 진영을 뛰어넘는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보수 상징을 껴안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의 행보 역시 단순한 이탈이 아니라, 집권 여당의 중도보수 포용 기조라는 큰 흐름 위에 올라탄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경북(TK) 보수 진영 내부의 지형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국민의힘 내 강경 보수 색채가 짙어졌고, 이에 피로감을 느낀 중도 보수 유권자들이 늘어났다. 최근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 지역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긍정과 부정이 팽팽했으며 국민의힘 지지세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경선 논란을 겪고도 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당 지도부는 '윤어게인 인사 등용' 등으로 극우 행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대구시장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경우 '색깔론'을 꺼내 드는 등 극단적 프레임이 동원되는 현상도 온건 보수층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김 전 총리의 보수 끌어안기는 이런 '틈새'를 노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는 등을 돌렸지만 진보 정당 후보에게 표를 주길 주저하는 유권자들을 향해 '박정희·박근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심리적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이 스스로 외연을 좁히는 사이, 정반대로 포용의 폭을 넓히는 대비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박 전 대통령 예방처럼 파격적 구상에도 당 안에서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은 "과거에는 '박정희' 석 자가 다른 지역 선거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까 전전긍긍했는데, 이제는 '김부겸이니까, 대구시장 당선을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당원들도 마찬가지"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편 김 전 총리는 이날 면접 직후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 김이수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에 끝없이 도전해온 민주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후보 중 하나"라며 "4선 국회의원의 경험과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로서 쌓은 경륜은 대구시를 이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다음 주부터 대구 지역을 위한 공약 발표로 본격적인 지역 일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4월 5일 지역 부활절 예배 관련 행사에 참석하며 지역민들과 만날 계획이다.


30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대구의 위기를 지역소멸과 독점 정치 구조에서 찾으며, 여야 경쟁을 통한 양팔 정치로 지역 현안을 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30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대구의 위기를 지역소멸과 독점 정치 구조에서 찾으며, 여야 경쟁을 통한 '양팔 정치'로 지역 현안을 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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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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