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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불쑥불쑥 울리는 선거 전화를 받으며

2026-04-06 06:00
박순진 대구대 총장

박순진 대구대 총장

사월 아침 햇볕이 따뜻하다. 늦은 아침을 먹으며 창문 너머 봄 풍경을 감상한다. 산이며 들이며 파릇파릇 새싹으로 봄기운이 완연하다. 때맞춰 만개한 벚꽃은 상춘객을 유혹한다. 지인의 카톡 프사가 멋진 봄 사진으로 도배되는 중이다. 봄나들이를 나가볼까 잠시 서성이다 망중한을 깨는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집어 든다. 낯선 번호라 잠시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누르니 다짜고짜 '안녕하십니까? 아무개입니다'라며 인사를 한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정당 공천심사가 한창이라 민심을 얻으려는 후보자마다 마음이 급하다. 6월3일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채 2달도 남지 않았다. 시·도와 시·군 및 자치구별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비롯하여 교육감까지 선출하는 선거이다 보니 후보자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일이 여간 아니다 보니 전화와 문자가 넘쳐난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전화벨과 문자 알림이 온다.


내가 사는 지역 후보가 보낸 문자와 전화는 그렇다 하더라도, 무관한 지역의 후보로부터 연락이 오면 묘한 생각마저 든다. 어떻게 번호를 알고 연락했을까? 평온한 일상을 방해받으니 유쾌하지는 않다. 선거 관련 여론 조사도 마찬가지다.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워낙 뒤숭숭한 세상이라 스팸 차단 설정을 해 두거나 낯선 전화는 좀처럼 받지 않는다. 링크가 첨부된 문자는 보는 순간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잘못 누를까 조심하며 삭제한다.


그러다 문득, 보내는 사람은 오죽 절박할까 생각하며 짠한 마음이 든다. 한 사람의 유권자라도 들어주고 읽어 주기를 바라며 정성껏 글을 작성했을 것이다.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는 야박한 세상 인심을 알기에, 하고 싶은 말을 빠르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그 심정을 짐작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경선에 이겨 후보가 되고 본선에 나가 당선되려면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지지를 얻는 일은 후보가 감당할 운명이다.


지방자치를 실천하려는 후보자에게 기성 정치에 대한 일반 국민의 무관심과 혐오는 거대한 벽이자 큰 과제이다. 파당을 이루어 작은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정당,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이 보장되는 망국적 지역주의, 선거철에만 반짝 유권자를 위하는 척하는 후보로는 정치에 거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는 여의도,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진영 정치로는 일반 시민에게 정치의 효능감을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전화를 끊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선거 문자가 스팸으로 취급되는 사회는 건강한 민주사회가 아니다. 주권자 시민들이 정치를 혐오하며 외면하면 모리배가 대표가 되고 끼리끼리 후보를 정한다. 정치꾼이 파당을 짓고 여론을 왜곡하며 설치는 정치는 시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사회를 멍들게 하며 국가를 분열시켜 야만으로 이끈다.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유능한 인재가 꿈을 꾸고 정치로 나아가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길이 열린다.


우리의 작은 선택이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무관심은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정치에 건강한 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대표를 선택하는 실천이 선진 정치를 만드는 토양이다. 귀찮더라도 전화에 귀를 기울이고 문자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새싹이 파릇파릇한 봄을 맞이하며, 시민에게 봉사하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우리 손으로 직접 선택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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