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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전통시, 시조의 향기

2026-04-06 06:00
이상진 시조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이상진 시조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빠르게 흐르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종종 마음의 속도를 잃고 살아간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여운은 짧고, 말은 많아졌지만 깊이는 얕아진 듯하다.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짧은 형식 안에 깊은 울림을 담아내는 전통시, 특히 시조의 향기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시조는 단순히 옛 문학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숨결과 정서가 켜켜이 스며있다. 세 줄의 구조 안에 자연과 인간, 삶과 사유를 응축해 담아내는 정제된 언어의 예술이다. 초장과 중장에서 이야기를 펼치고, 종장에서 전환과 여운을 남기는 형식은 마치 한 편의 짧은 영화처럼 우리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그 짧음이 오히려 깊이를 만들고, 여백이 상상의 공간을 넓혀준다.


나는 1990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어느덧 36년의 세월을 문학과 함께 걸어왔다. 되돌아보면 습작기에는 여러 백일장에 참여하며 시작(詩作)의 기초를 다졌고, 육사백일장 장원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그 이후 대구시조문학상, 한국장로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의 길을 한 걸음씩 깊이 있게 걸어올 수 있었다. 또한 '남도 가는 길' '하늘이 푸르른 날' '내려놓음, 비움' 등 세 권의 시조집을 펴내며 삶의 결을 시어에 담아왔다.


사철의 빗살들을/ 뜨락 가득 쓸어 담아/ 생인손 앓듯 걸어오신/ 구순(九旬)의 긴 여정을/ 이제는/ 내려 놓으소서/ 벽오동 푸른 그늘에// 무명베 오지랖에/ 빈 마음 채우시며/ 앞 뒷들 사래마다/ 피와 살 비벼 넣으신/ 가없는 모정(母情)의 세월/ 뼈에 새겨 아픕니다// 어머니 불러보면/ 가슴 가득 메어 오고/ 앓아 눕는 신열(身熱)인 양/ 몸조차 가눌 길 없어/ 내 오늘 엄동의 설야(雪夜)/ 뜬 눈으로 지샙니다//(졸작, '사모곡' 전문)


현대인의 감각에서 보면 시조는 느리고 고요한 장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되살려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바람의 결, 계절의 숨결, 사람 사이의 온기를 시조는 간결한 언어로 포착한다. 그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절제된 표현에서 오는 진실의 힘이다.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다시 숨 쉬어야 한다. 시조를 읽고 쓰는 일은 단순한 계승이 아니라, 우리의 감성과 언어를 다시 정돈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전통시, 시조의 향기는 멀리 있지 않다. 바쁜 하루 끝에 잠시 숨을 고르고, 짧은 시 한 편을 마음에 담아보는 그 순간 속에 이미 스며 있다. 그리고 그 향기는, 우리 민족의 얼과 한, 그리고 정을 품은 채 오늘도 조용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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