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총리가 '박정희'를 들고 나왔다. 김 전 총리는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대구에 엑스코라는 아무런 이름이 없는 전시센터가 있다. 광주에는 '김대중 컨벤션센터'가 있는데, 엑스코라고 부를 바에야 '박정희 엑스코' '박정희 컨벤션센터'로 부르면서 양쪽이 교류를 하면 서로 간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 현수막에 활용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의 '박정희 소환'은 12년 전보다 더 기괴하다. 대구를 과거의 향수에 갇힌 도시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김 전 총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양대 가치가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만들어왔는데 서로의 존재에 대해 고마워하고 인정하자는 차원이다'라고 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산업화, 민주화 타령을 할 것인가. 지금 대구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먹거리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통해 대구의 발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 전 총리의 '박정희 소환'은 이념의 화해에 머물러 있다. 스스로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더욱이 지금 대구와 광주는 '달빛동맹'을 맺고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건물의 이름표만 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박정희 시대가 가졌던 '역동성과 성장'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단순히 이름만 붙인다고 대구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김 전 총리가 진정으로 '박정희'를 소환하고 싶다면 '박정희의 개척자 정신과 실용주의'를 대구의 미래와 결부시켜야 마땅하다. TK(대구경북) 신공항, TK 행정통합, 5대 신산업 등 현안들이 즐비하다. '박정희 정신'을 대구의 미래에 어떻게 이식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이름만 빌린다면 대구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김 전 총리의 '박정희 마케팅'은 정치적으로도 다소 어색하다. 김 전 총리는 평생을 민주주의 가치를 대변해온 인물이다. 대구의 보수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어울리지 않는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서 당당함은커녕 애처롭기까지 하다. 표를 구걸하기 위해 보수의 옷을 빌려 입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김 전 총리가 당락(當落)을 떠나 대구 민심(民心)의 존중을 받기를 바란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민주당의 언어로 승부하는 게 자연스럽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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