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연패와 뒷심 부족에 발목 잡힌 ‘역대급 부진’
특정 선수 의존도 심화와 외국인 선수 잔혹사
신예 가능성과 강혁 감독의 리더십, ‘반등’으로 이어질까?
지난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스공사와 삼성의 경기 막판 라건아(왼쪽)와 벨란겔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가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를 9위로 마감했다. 지난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80대 73으로 승리하며 창단 첫 리그 꼴찌 추락은 면했다. 선수들은 리그 막판까지 투혼을 발휘했으나,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54경기를 치른 가스공사는 17승 37패, 승률 0.315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창단 이후 팀 역사상 가장 낮은 승률이다. 특히 시즌 초반의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개막 직후 8연패의 늪에 빠지며 1라운드 9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는데 그쳤고, 1~2월에도 7연패를 당하며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경기 후반인 4쿼터 집중력 싸움에서 밀리며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역전패가 속출한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전술적으로는 가드 벨란겔과 베테랑 센터 라건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반복됐다. 라건아는 정규시즌 53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기둥 역할을 수행했고, 3점슛 능력까지 선보이며 '완성형 베테랑'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1989년생인 그에게 경기 후반까지 쏟아지는 체력적 부담은 피하기 힘든 과제였다. 벨란겔 역시 평균 15.8득점으로 '커리어 하이급' 시즌을 보냈으나, 경기당 평균 31분 56초라는 과도한 출전 시간은 승부처에서 팀 전체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지난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스공사와 삼성의 경기 중 가스공사 신승민이 돌파하고 있다.<KBL 제공>
외국인 선수 운영의 아쉬움도 중위권 도약의 발목을 잡았다. 당초 '벨란겔-마티앙-라건아' 조합이 기대를 모았으나, 부진했던 마티앙을 대신해 영입한 닉 퍼킨스 역시 초반 반짝 활약 이후 상대 팀의 분석에 막히며 하락세를 탔다. 후반기 승부수로 영입한 베니 보트라이트 역시 외곽포에서 강점을 보였으나, 팀 전반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수확은 있었다. 부상 투혼을 펼치며 공수의 핵심 역할을 한 정성우와 팀의 살림꾼 신승민의 활약은 빛났다. 신인 김민규와 양우혁이 가능성을 보여준 점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위안거리다.
가스공사가 강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특정 선수에게 기대는 농구에서 시급히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축 선수들의 부담을 나눌 두터운 백업 선수층 확보와 위기 상황에서 팀을 지탱할 확실한 팀 컬러 정립이 절실하다.
지난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스공사와 삼성의 경기 중 가스공사 강혁 감독(맨 앞)이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 <KBL 제공>
가스공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팀을 이끈 강혁 감독의 '소통 리더십'과 관리 능력을 신뢰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강혁 감독과 2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힘을 실어준 상태다. 비록 이번 시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2024-2025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일궈냈던 재정비와 리빌딩 능력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역대 최저 승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즌을 마친 가스공사가 다음 시즌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지역 농구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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