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의 일방적 공천 배제에 지역 유권자 불만 고조
30년 GRDP 꼴찌에 지친 민심, 새로운 선택지 모색
김부겸 지지 여론 형성되며 정치적 이탈 움직임 가시화
진식 정치 에디터
부산은 이미 8년 전 민주당 시장(오거돈)을 배출했다.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여야는 부산부터 찾는다. TK는 늘 뒷전이다. 진보 정당은 찾아가 봐도 표가 안 나오기 때문에, 보수 정당은 다른 곳이 더 급한데 굳이 찾아가 본들 심산에서다. 잡아 놓은 물고기에 떡밥을 줄 리 없는 이치다.
TK신공항도 그랬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놓고 공개 경쟁을 부쳤지만, 결론은 뜬금없는 '김해공항 확장'이었다. 다음에 있을 총선에서 부산 민심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세월이 지나 대구 사람들은 "그때 욕을 얻어먹더라도 밀양으로 결정했어야 했는데…"라고 한탄만 한다.
한 곳에만 몰아주지 않는 부산의 전략은 끝내 가덕도(신공항)를 챙겼다. 얼마 전엔 해수부까지 품었다. 부산 사람들은 이번에도 민주당 시장을 만들 태세다. 힘 있는 여당 시장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대구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 대구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시각에서다. '보수의 심장' '보수의 텃밭' 말만 번지르하다. 여론조사 1·2위 후보를 가차 없이 잘랐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없이 월드컵을 치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표 선수를 뽑는데, 제일 잘하는 선수를 빼고 선발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 민심은 안중에도 없는 처사다. "너거는 그냥 주는 대로 받아 먹어라"는 식이다. 대구를 '졸'(卒)로 보는 것이다.
그래도 대구는 미우나 고우나 보수 정당을 찍어줬다. 보수가 미워 진보를 찍어주고 싶어도 마땅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판은 다르다. "김부갬(김부겸)이 나오면 찍어뿔란다" 요즘 많은 대구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김부겸은 일단 인물이 된다. 국민의힘 어느 후보와도 견줘도 손색이 없다. 과거와 달리 국민의힘 후보가 아니더라도 한 번 밀어볼 만한 대타(代打)가 생긴 것이다.
지금 대구 민심은 국민의힘에 성이 잔뜩 나 있다. '똘똘 뭉쳐도 이길까 말까 하는데, 저거들끼리 싸움박질이나 하고 있으니' 표를 주기 싫다. 이준석이를 내팽개치고 한동훈을 쫓아 보내는 모습에 신물이 났다. 이번에도 막대기만 꽂으면 된다고 믿고 대구 민심을 무시하는 게 꼴도 보기 싫다.
30년째 GRDP 꼴찌도 새삼 대구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일편단심 보수 정당을 그렇게 밀어줬는데, 살림살이는 늘 이모양 이꼴이니 자괴감이 스며든다.
그래서 대구 사람들은 이제 김부겸에게 눈을 돌린다. 힘 있는 여당 후보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 국비를 따와 하세월만 보내는 TK신공항을 제대로 추진할지, 광주·전남처럼 대구·경북도 통합시켜 조 단위 국가 예산을 얻어낼지. 이번에 김부겸을 대구시장으로 뽑아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수두룩하다.
다만 김부겸도 기껏 뽑아줬더니 행안부 장관한답시고 중앙정치를 하다 헌신짝 버리듯 대구를 떠난 뒤 다시 찾아온 터여서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 과거의 약속과 현재의 행보 사이에서 대구시민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누구처럼 대구를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 쯤으로만 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구에선 김부겸이 먹혀들고 있다. 동네 미용실 아줌마들, 대중 목욕탕 아저씨들이 김부겸 얘기를 하고 있다. 보수의 텃밭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다. 더 이상 '졸'로 보지 마라.
진식
정치 담당 에디터(부국장)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