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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명을 놓친 4시간, 메디시티 대구의 부끄러운 민낯

2026-04-09 09:07

지난 2월 28일 밤 대구를 찾은 임신 28주의 쌍둥이 산모가 조산 증세를 보여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대구의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를 포함한 7개 병원은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산모는 구급차 안에서 50분 넘게 대기한 뒤 병원을 찾아 헤매다 4시간 만에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그사이 골든타임은 무너졌다. 쌍둥이 한 명은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뇌손상을 입었다. '메디시티'를 자부해 온 대구 의료의 민낯을 드러낸 참담한 비극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응급실 뺑뺑이가 아니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동시에 살려야 할 지역 필수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붕괴를 보여준 참사다. 임신 28주의 쌍둥이 산모라면 산과 전문의, 응급수술팀, 신생아중환자실이 즉각 연동돼야 한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병원은 있었지만 시스템은 없었고, 기관은 있었지만 컨트롤타워는 부재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구는 이미 응급환자 이송 지연과 수용 거부 문제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또다시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도로 위에서 방치됐다. 이는 의료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시와 보건당국의 명백한 정책 실패다. 수도권까지 4시간을 달려가야 겨우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어느 시민이 지역 의료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땜질식 처방으로 안 된다. 고위험 산모 전담 병상과 신생아중환자실 확충, 24시간 협진체계, 실시간 이송 지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메디시티 대구'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번 비극을 계기로 지역 의료 인프라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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