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호영 의원이 어제 국회 소통관에서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뒤,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음에도, '표적 배제'를 주장하며 또다시 사법부의 판결문 뒤로 숨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주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제외하고 당초 의결대로 6명의 후보 가운데 최종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하다. "납득하기 어렵다"며 컷오프의 부당성을 강변하는 그의 발언에서 20여년간 당을 이끌어온 중진의 무게감은 보이지 않는다. 6선에다 국회부의장까지 오른 인물이 당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법적 다툼에 매달리는 행태가 꼴사납기까지 하다. 지금 국민의힘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행정 권력,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권력마저 통째로 민주당에 내어줄 판이다. 6선이라는 경륜을 갖고도, 당의 위기에는 아랑곳없이 개인의 억울함만 호소하는 게 시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당과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나를 달래지 않으면 판을 깨겠다'는 위협으로 들릴 수 있다.
이 전 위원장의 행보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무소속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 전 위원장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보수 정당의 가치인 '책임'과 '희생'을 정면으로 거스리고 있다. 선당후사는 당의 결정이 내 뜻과 다르더라도 당의 승리를 위해 나를 지우는 결단이다. 이 전 위원장의 독자 노선은 당의 가치나 철학보다 컷오프된 데 대한 증오와 반발로 읽힌다. '나 없는 대구는 필요 없다'는 식인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의 뒤틀린 욕망이 대구 보수의 품격을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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