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가 묶자 “오늘이 제일 싸다” 소비·사재기 되레 가속
휘발유 판매량 작년보다 증가… 상한선이 ‘최저가’ 된 역설
정부가 10일 민생 안정을 위해 3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하며 정유사 공급가를 2차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고가격제가 실질적으로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10일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3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단행하며 정유사 공급가 동결에 나섰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격 억제라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현장에선 유가 불안이 가중되면서,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부터 실시되는 3차 석유 최고가격제 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 기준 휘발유 1천934원, 경유 1천923원, 등유 1천530원이다. 지난달 27일 0시부터 적용된 2차 석유 최고가격제와 같은 가격으로 동결했다.
당초 최고 가격제는 휘발유 수요 절감과 소비자 유류비 부담 경감 효과를 고려하며 시행했으나, 시장에서는 이 가격 상한선을 '최저점'으로 인식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소비심리가 확산되면서, 에너지 절약보다는 유가 소비를 부추기는 꼴이 된 것이다.
실제 최고 가격제 시행 이후 휘발유 판매량은 작년보다 늘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최고 가격제가 시행된 3월 3주~4월 1주까지 3주간 휘발유 판매량은 84만8619㎘(킬로리터)로, 지난해 같은 기간(84만6511㎘)보다 많아졌다.
게다가 대구지역 일부 주유소에서는 이날 가격이 동결된 시점에서 기름 '사재기'도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사태가 길어질 경우, 4차·5차 석유 최고가격제까지 시행되면 정유사 공급가이 천정부지로 뛸 거란 예측 탓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들은 대구서 휘발유값 2천원을 돌파한 주유소가 곳곳에서 발견된 것을 두고 정부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대구지역 휘발유값은 전날보다 0.44원 오른 1천982원이다. 현재 대구 지역 전체 주유소 327곳 중 10곳의 주유소는 이미 2천50원대 휘발유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직까진 미미한 수치지만, 주유소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면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를 거란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직장인 최모(45·대구 달서구)씨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드라마틱한 금액 축소가 있을까 기대했으나 실상은 기름값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혹시라도 기름이 더 오를까봐 조금이라도 저렴한 주유소가 있으면 2만~3만 원이라도 주유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도명화 한국주유소협회 사무국장은 "정유사가 공급하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1920~30원대로 책정되면서 대구지역에서도 2천 원에 가까운 유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세금, 인건비, 카드 수수료 등이 다 포함된 가격이 현재 소비자 가격으로 책정된다"며 "정부의 가격 통제 방식이 오히려 시장에서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분간 중동 사태가 계속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캠페인 등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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