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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時時刻刻)] 공천 갈등이 낳은 대구시민의 정치적 소외감

2026-04-14 06:00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 있는 이 구절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주 등장하곤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이 시민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는 대구 정치의 안타까운 현실에 또 한번 이 구절을 떠올린다. 주권을 지닌 시민이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고, 평가하며, 필요하다면 교체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 실질적인 결정은 정작 다른 곳에서 이루어진다면, 진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가.


최근 국민의 힘 대구시장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과연 선거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를 선택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결정에 형식적인 절차만을 밟는 것은 아닌가. 물론 정당 정치에서 공천은 당연히 필요한 절차다. 정당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조직으로 후보를 선별하는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공천이 시민의 진정한 선택 기회를 박탈하는 순간, 민주주의의 근본은 사라진다.


대구 정치 현실은 항상 공천이 시민의 선택을 대신하고 있다. 오랫동안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오면서, 선거보다 공천 경쟁이 더 치열했고, 실제 권력의 향방은 공천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결국 정치의 주체는 시민이 아니라 정당 내부의 권력 구조를 장악한 소수였다.


미국의 유명 정치학자 로버트 달(Robert Dahl)은 민주주의의 조건을 설명하면서 "시민이 실질적인 선택을 할 때 민주주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달은 선거를 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이 실질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는 과정과 조건을 강조했다. 이번 국민의 힘 대구시장 공천 과정은 시민들에게 큰 문제의식을 남겼다. 공천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또 어떤 평가와 토론이 있었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결과 발표를 접하는 시민들에게 그 결정이 당 대표의 뜻인가 아니면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인가라는 의문만을 남겼다. 공천이 여론이 반영된 공정한 경쟁의 결과인지 아니면 정치적 판단의 산물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시민은 정치적 소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시민의 주권에는 관심도 없이 중앙당에 의한 중진 컷오프와 전략공천은 선거철마다 대구시를 희생양으로 삼았을 뿐 어떠한 새로운 정책도, 새로운 리더십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제 공천 논란이 단순히 정당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선거가 실질적인 시민의 선택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도 시민참여 경선을 치른 바 있다. 2011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된 선거에서 사회당 경선 과정 중 일반 시민의 참여가 있었다. 당시 시민 참여자는 약 300만 명 정도였고, 참여조건은 소액기부(약 1유로)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동의 서명이었다. 대구에서는 이런 '시민 공천'은 기대할 수 없나.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이번 국민의 힘 공천논란이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 것인지, 시장 선거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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