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3번 버스 윤병현 기사가 "오늘도 안전운전!"을 다짐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윤병현 기사 제공>
운행을 마친 윤병현 기사가 SNS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하루 운행 기록을 남기고 있다. <윤병현 기사 제공>
"안전운전 하겠습니다! 강동고 파이팅!" "인스타에서 봤다고 사탕 주고 간 여학생, 너무 고마워요." "아저씨가 더 열심히 할게요!"
대구 653번 버스 운전기사 윤병현(41)씨의 SNS 댓글 창은 오늘도 북적인다. 학생이 쓰고, 기사가 답한다. 댓글 하나하나가 짧지만 진심이다.
군청색 잠바에 같은 색 모자와 장갑까지 깔끔하게 맞춰 입고, 선글라스를 걸친 윤 기사의 첫인상은 예사롭지 않다. 그는 매일 검단동에서 달성군까지 왕복 2회, 하루 8~10시간 운전을 한다. 653번 버스노선은 상서중고·성광중고·함지고·대구외고·경북기계공고·상인고 등 여러 학교가 걸쳐 있다.
변화는 2019년, 새 버스를 배정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개인 SNS에 운행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거나 춤추는 영상을 올리는 식이었다. "처음엔 그냥 재미있는 브이로그 개념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학생이 수줍게 다가왔다.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도 될까요?" 망설이던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우리 학교도 해주세요!"라는 댓글 요청이 잇따르자, 윤 기사는 학교별 '파이팅' 영상을 직접 찍어 올렸다. "상서고 파이팅!" "성광중 오늘도 화이팅!" 손가락 하트와 함께였다. 버스 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먼저 인사하는 학생, 사탕을 주는 학생, 용기 내어 사진을 요청하는 학생.
윤 기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고마운데,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었어요." 간식 꾸러미를 챙기거나 학교 근처에서 볼펜도 나눠줬다. SNS를 본 주변 분들이 후원을 하면서 혼자 시작한 일이 동네일이 됐다.
처음에는 춤주는 영상을 본 동료나 지인은 "와카노? 뭐하노?"라고 낯설어 했다. 하지만 이제 "열심히 해서 좋다"며 인정하는 분위기다. 윤 기사님은 짧게 웃으며 말한다. "감사할 뿐이에요."
시내를 달리는 653번 버스는 모두 13대. 그 중 윤 기사의 차를 만나는 날, 학생들은 말한다. "오늘, 럭키데이야."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인사를 잃지 않는 어른, 어린 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더 열심히 할게요"라고 약속하는 어른을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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