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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 끝나지 않는 중동전쟁, 수출 길 막혀 재고만 쌓이는 공장…대구섬유 ‘버틸 힘 조차 남지 않았다’

2026-04-14 21:41

염료 가격 2배 폭등에 물류비 10배 체감…직격탄 맞은 후가공업계
가동률 평시 대비 절반 ‘뚝’, “사람 내보낼 수 없어 휴직으로 연명”
섬유 생태계 붕괴 위기, ‘위기관리구역’ 지정 등 정부 긴급 처방 절실

14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위치한 섬유가공업체 B사 창고에 선적하지 못한 섬유 재고가 쌓여있다. 이동현 기자

14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위치한 섬유가공업체 B사 창고에 선적하지 못한 섬유 재고가 쌓여있다. 이동현 기자

14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위치한 섬유후가공 전문업체 B사. 평소라면 수출길에 올라야 할 섬유들이 창고 안에 가득 쌓여있었다. 길어지는 중동전쟁으로 선적조차 하지 못한 재고들이다. 재고를 옮기는 지게차가 바삐 움직이는 공장 내부는 다급히 울리는 전화 소리에 마치 비상사태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바쁘게 어딘가로 전화를 하던 B업체 직원은 "오늘도 실적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체 대표는 쌓여가는 섬유 재고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원단, 염료 가격부터 물류, 에너지 비용까지 안 오르는 것이 없다. 모든 비용이 그냥 오르는 수준이 아니다. 폭등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중동 전쟁의 여파는 대구의 섬유공장을 멈춰 세우고 있다.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아바야(Abaya), 차도르(Chador)용 블랙 원단 수요가 급감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치는 치명적이다. 섬유 염색의 핵심인 중국산 분산 블랙 파우더 가격은 전쟁 전 1kg당 3천800원~4천원 하던 것이, 60%가 오른 6천원에도 주문을 하지 못할 정도다. 액상 염료인 리퀴드는 100% 가까이 폭등했다. 포장용 비닐 등 부자재 가격마저 40%가량 동반 상승했다. 여기에 중동 해로가 막히면서 물류비 체감 지수는 평시 대비 10배 가까이 뛰었다.


원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바이어에게 이를 전가할 길은 더 막막하다. 함부로 가공료를 올렸다가는 수요가 끊길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다.


돌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역마진' 구조에 공장주들은 결국 기계를 세우는 쪽을 택하고 있다. 대구 섬유를 대표하는 염색산업단지 상황은 더 심각하다. E사는 중동전쟁 직후 한 달째 문을 닫았고, 중견 업체인 S사도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간신히 버티는 업체들도 주 5~6일 가동을 3~4일로 줄이거나 오전 근무만 하는 방식으로 연명하고 있다.


감원은 꿈도 못 꾼다. 수십 년간 손발을 맞춰온 숙련공들을 내보냈다가 경기가 회복되었을 경우 사람을 구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비산동 소재 E업체는 사정이 어려워도 공장을 멈추지 않고 직원의 절반을 휴직 처리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휴직을 실시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이마저도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현장 요구는 절박하다. 대구섬유업계는 대구염색산업단지의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비산과 성서 등 피해가 집중된 지역을 '위기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금융·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B기업 대표는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될수록 지역 중소기업들은 버틸 힘이 없어진다"며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즉각 투입해야 한다. 특히 숙련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근로자 지원 패키지 프로그램 등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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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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