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청소길에 실종된 치매 노인 발견해
탈진 상태인 노인 무사히 보호자 인계
실종된 노인을 구조해 포항남부경찰서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임병섭 고석사 봉사단장이 포항남부경찰서 장기파출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명주 시민기자
치매로 실종돼 밤새 산속을 헤매던 고령의 노인이 한 봉사자의 따뜻한 손길로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경북 포항의 천년고찰 고석사 봉사단장 임병섭(63) 씨는 지난달 14일 오전 7시쯤 포항시 장기면 망해산 일대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치매 노인 김모(78)씨를 발견해 구조했다. 전날 13일 실종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파출소, 119 소방대원 등 100여 명이 동원돼 김씨를 찾기 위한 수색이 진행됐으나, 야간이 되면서 수색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튿날 이른 아침, 사찰 정리와 청소를 위해 고석사를 찾은 임 단장은 사찰 뒤편 망해산을 살피던 중 산중턱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이어 확인에 나선 그는 인적 드문 곳에서 한 노인의 모습을 발견했고, 위험을 직감해 정중히 모시고 내려왔다.
당시 노인은 몹시 초췌하고 탈진한 상태로, 이름과 주소를 물어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으며 잠시도 앉아 있지 못하고 불안하게 서성였다. 밤새 산속을 헤매며 등산로에 설치된 밧줄을 스스로 걷어 몸에 묶은 채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단장은 노인의 상태를 살피며 따뜻한 모포를 덮어주고, 따뜻한 차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건네며 안정을 도왔다.
망해산은 장기읍성 둘레길과 인접해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지형으로, 자칫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포항남부경찰서와 남부파출소, 장기면 소방대는 현장에서 노인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실종된 김씨인 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다행히 큰 부상 없이 경미한 탈진 상태였으며, 곧바로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임 단장은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고석사 인근에서 발견돼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지난 8일 임 단장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특히 당시에는 꽃샘추위가 이어지던 시기였지만, 구조 당일은 비교적 포근한 날씨를 보여 더욱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은 관심과 따뜻한 손길, 그리고 다행히 찾아온 온화한 날씨가 한 생명을 지켜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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