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대경선 2편성 4량 발주 절차 5월 중 돌입 예정
국비확보 무산에도 지방비 60억원 마중물로 선제 대응
‘30개월 소요’ 시급성 및 중정비 시기 도래 고려한 조치
우여곡절 끝에 대구권 광역철도 '대경선(구미~대구~경산)'에 대한 운영 안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할 '예비차량 도입 사업'이 본격화된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추가경정안(추경) 정국에서 국비 확보에 실패한 대구시가 사업의 시급성을 감안해 '선제 발주'라는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대구시는 이번 예비차량 발주는 국비 확보에 앞서 지자체 차원에서 선제 대응에 나선 만큼, 내년도 정부 예산에는 반드시 반영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대경선 광역철도가 개통된 2024년 12월 14일 오후 구미행 대경선 열차가 동대구역으로 들어오는 모습. 영남일보DB
◆대경선 예비차량 5월 발주 계획 확정
15일 철도업계와 대구시 등에 확인 결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다음달(5월) 중 대경선 예비차량 2편성(총 4량)에 대한 발주 절차를 시작한다. 예상 소요 비용은 1편성당 100억원(총 200억원)이다. 사업 비용은 국비 70%, 지방비 30%로 구성된다.
앞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 10일 통과된 정부 추경안에 대경선 예비차량 구매를 위한 국비 140억원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토교통부도 대경선 예비차량 확보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이번 추경에 국비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미국-이란 전쟁 대비'라는 추경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다행히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각 30억원씩 확보해둔 지방비(총 60억 원)가 있기에 이를 마중물로 삼아 예비차량 도입 발주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대구시가 이처럼 국비가 확정되지 않은 '재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발주를 서두르는 이유는 철도 차량 주문에 따른 시간적 특수성 때문이다. 대구시 장은석 철도시설과장은 "차량 주문부터 제작·검수·실제 운행까지 약 30개월이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 주문을 넣어도 실제 차량이 들어오는 것은 2028~2029년"이라며 "국비 확정까지 발주를 미룰 경우, 차량 도입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사업에 첫 발을 들여놓은 만큼, 내년도 국비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정비 시기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열차는 일정 주행거리를 채우면 차량을 완전 분해해 점검하는 '중정비'를 받는다. 대경선 열차도 철도안전법에 따라 운행 기간 4년 또는 운행거리 72만㎞를 넘기면 정기 중정비에 들어간다. 현재 대경선 열차는 9편성(예비 1편성 포함)으로 운행되는데, 1편성만 빠져도 운영 부담이 커진다.
코레일 대구본부 차량처는 "대경선 운영 데이터를 봤을 때 2027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중정비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중정비는 2~3주가량 소요될 것"이라며 "1편성이 운행에서 빠지면 다이어(시간표)를 조정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예비차량이 추가 확보되면 아무래도 운영 효율성과 유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 대구시 등은 시민 안전과 운영 효율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대구권 광역철도(대경선) 예비차량 추가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인포그래픽=생성형 AI>
◆비수도권 최초 광역철도가 겪는 성장통
대경선이 개통 이후 뒤늦게 예비차량 추가 도입에 나선 것은 비수도권 첫 광역철도로서 겪는 '성장통'이자 '시행착오'로 풀이된다. 대경선 초기 설계 당시엔 예비율 11~15%(KDI 예타조사 기준 12%)라는 법적 최소 요건에 맞춰 단 1편성만 예비차량으로 확보했다. 그러나 실제 운영 결과, 정기적인 중정비와 예기치 못한 중대 고장, 비상 대기 상황 등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예비차량이 최소 3편성 필요하다는 데이터가 도출됐다.
대구정책연구원 공간교통연구실 소속 서상언 박사는 이번 예비차량 추가 도입이 재정 운용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상언 박사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예비 차량을 과다하게 확보하면 투자비 증가로 인해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초기엔 법적 기준에 맞춰 재정 부담을 줄이고, 운영 데이터가 쌓인 시점에 추가 구매를 통해 자본 투자를 분산하는 것이 오히려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2025 구미라면축제'가 열린 지난해 11월9일 대경선 구미역이 시민들로 가득하다. 영남일보DB
교통 전문가들은 이번 예비차량 확보가 단순한 사고 대비를 넘어선 운영 전략을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운대 이상관 교수(항공관제물류학부)는 "지방 1호 광역철도인 대경선 사례는 향후 도입될 지방권 철도 사업에 중요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예비차량이 늘어나면 중대 고장 시 대체 투입은 물론, 혼잡도 완화 등 이용객 편의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서대구역~동대구역 구간 선로 용량이 이미 포화 상태다. 향후 해당 구간엔 대구산업선, 달빛철도, 대구경북신공항철도 건설 등 추가 수요까지 발생한다. 이번 예비차량 도입을 기점으로 선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광역교통망 전체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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