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명종·선조·순조·헌종·철종·고종. 즉위 초기에 수렴청정을 받은 조선의 왕들이다. 이 중 명종과 순조·헌종·철종·고종은 수렴청정의 부작용으로 제대로 된 군왕 노릇을 못했다는 평을 듣는다. 명종대에는 외삼촌 윤원형 일파가 권력을 장악, 매관매직이 성행하는 등 외척에 의한 혼란이 극에 달했다. 순조대에는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에 이은 장인 김조순의 권력 장악으로 안동김씨 세도정치가 본격화됐다. 순원왕후는 헌종과 철종, 2대에 걸쳐 수렴청정을 하면서 친정인 안동김씨의 세력을 권력의 정점에 올려 놓았다. 나라의 기강은 해이해지고 삼정의 문란으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고종대에는 신정왕후의 대리청정과 대원군의 섭정이 이어졌다. 수렴청정은 왕이 나이가 들면 끝났다. 그러나 그 관계에서 형성된 세력은 권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는 훌륭한 자질을 지닌 임금까지도 정치적 미숙아로 남게 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 시간표가 나오지 않고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공천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한심하다. 유권자는 제쳐두고 공천권자, 당(黨)만 바라보고 뛰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자신의 선거만도 바쁜 시의원이 특정 시장후보 공천운동을 하는 정황도 공개돼 말썽이다. '공천=당선'이라는 공식 때문이다.
임금이 나이만 어리다고 수렴청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숙종은 13세에 즉위했으나 총명하고 학문에 밝아 한 달간 섭정을 받은 후 친정을 시작했으며 철종은 18세에 즉위했으나 능력 부족으로 수렴청정을 받았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공천권자만 바라보는 정치적 미숙아들을 언제까지 참아낼까?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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