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336호인 독도에서 기름 유출로 토양이 오염된 게 확인됐다. 영남일보의 보도로 드러난 독도경비대 발전기 인근의 기름 유출 사고는 충격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일본의 영유권 도발에는 불같이 화를 내며 '독도 수호'를 외치던 정부가 정작 낡은 기름탱크 하나 관리하지 못해 스스로 오염시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번 사고의 본질은 단순한 시설 관리 소홀이 아니라, 국가 관리 시스템의 부실에 있다. 사고 인지부터 대응까지의 과정은 한심하다 못해 부끄러울 지경이다. 독도경비대 근무자가 '기름이 샌다'고 보고했다고 하는데, 상급기관인 경북경찰청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수작업 중 일시적 발생'이라며 사안을 축소하는 듯한 해명을 내놨다. 관리 기관 간의 '떠넘기기'도 기막히다. 보고 주체를 놓고 경북도와 국가유산청이 서로 다른 말을 한다. '누가 먼저 보고해야 하는가'라는 기본단계부터 혼선이 벌어지는 사이 독도는 기름 범벅의 땅이 됐다.
이상기후와 사람의 발길로 신음하는 독도 생태계에 이번 사고는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상기후는 어쩔 수 없다 해도, 국가의 방치와 무능이 부른 인재(人災)는 용납할 수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겠다고 했는데, 먼저 시설물 및 위기 관리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생태계가 파괴된 독도는 영토 주권의 상실과 다름없다. 기름에 오염된 영토를 방치하는 나라가 어떻게 국제사회에 독도의 주인임을 선포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즉각 정밀 역학조사를 통해 오염 규모를 파악하고 생태계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영토를 방치하는 국가에 주권을 논할 자격은 없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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