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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동성로의 어둠, 누가 대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2026-04-20 06:00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대구백화점은 동성로의 상징이었다. 시민들은 그 앞에서 만나고, 기억을 쌓으며, 도시의 시간을 공유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폐점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끝내 문을 닫은 그 건물은 지금 동성로 한복판에 방치되어 있다. 이것은 한 백화점의 실패가 아니다. 대구백화점의 폐점은 대구 경제 구조의 붕괴를 알리는 사건이다. 동성로를 채우던 시민의 발길이 멈추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침묵과 어둠뿐이다.


현대와 신세계 같은 대형 유통자본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 현상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구조에 있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산업화가 추진되면서 대구는 영남권의 대표적인 정치·행정 중심 도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개발을 명분으로 지역 정치권과 행정 관료, 일부 상공계, 부동산 개발 자본이 결합한 '성장연합'이 형성되었다. 이들은 지역 주민의 자율적 역량이나 산업 다각화보다 외부 자본 유치와 부동산 개발을 우선시했고, 그 논리 위에서 대구의 도시 방향을 설계했다.


성장연합은 공단 개발과 도시 확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부동산 중심의 단기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지역 자본은 외부로 빠져나갔고, 기업 본사와 금융·정책결정 기능은 서울에만 집중되었다. 대구는 소비만 활발하지만 그 이익은 외부로 흘러나가는 이른바 '집합소비 도시'로 고착되었다. 돈은 대구에서 쓰이지만 이익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 그 구조는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선거 때마다 개발 공약은 넘쳐났지만 결과는 달라진 것이 없다.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실질적인 대기업이라 부를 만한 기업이 대구에는 없다.


산업이 정체되자 성장연합이 또다시 꺼내든 카드는 부동산 개발이었다. 아파트는 늘고 상업시설은 확장되었지만, 자본의 탈지역화는 더욱 심화되었고 시민은 도시의 주인이 아닌 소비자로 전락했다.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고 청년은 떠났다. 인구는 줄고 상권은 무너지며 대구는 지금 지역소멸의 경로를 걷고 있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동성로의 어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대구 전환의 출발점은 동성로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간 개발이 아니라 생산기반의 재구성이어야 한다. 청년이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대폭 확충하고,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콘텐츠로 전환하여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브랜드화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역 가치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고 축적되는 구조, 이것이 집합소비 도시의 굴레를 벗어나는 길이다. 전통 기술과 지역 문화를 콘텐츠로 만들고 그 수익을 지역에 남기는 '청년 장인 크리에이터', 이들이 도시의 새로운 주역이 되어야 한다. 동성로는 바로 그 무대가 될 수 있다.


대구백화점의 폐점은 수십 년간 성장연합이 지역개발을 명분으로 만들어온 구조의 필연적인 결과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제 직시해야 한다. 이제 대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크리에이터 청년들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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