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구예술발전소서 첫 전문가 포럼 개최
‘시민이 설계하는 축제’ 전환 공감…실행안은 숙제
'파워풀대구페스티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지난 16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린 대구대표축제 전문가 포럼에서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예산 미반영으로 올해 열리지 않게 된 '파워풀대구페스티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전문가 포럼이 16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렸다.
'파워풀대구페스티벌'은 1977년 '대구시민축제'로 시작해 '달구벌축제(1982~2002년)' '컬러풀대구페스티벌(2005~2021년)' '파워풀대구페스티벌(2022~2025년)'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반세기 동안 대구 시민들이 사랑하는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축제 정체성에 대한 이견들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특히 올해는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예산 편성 과정에서 대형사업들에 우선순위가 밀리며 예산이 크게 줄어 결국 열리지 않게 됐다.
이에 대구시는 올해를 내년도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재점검의 시기로 판단하고, 축제 방향성 및 질적 향상을 위한 준비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날 포럼은 내년도 파워풀대구페스티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포럼은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의 '1982 달구벌축제에서 2025 파워풀대구페스티벌까지'라는 주제의 기조강연과 황병중 <사>문화관광진흥연구원장의 '상징성을 투영한 독창적 콘텐츠 개발', 윤성진 <사>한국기획학교 이사장의 '대구 대표 축제의 거버넌스 혁신과 시민 중심의 축제 생태계 구축' 등 주제 발표 등 순으로 진행됐다.
오 실장은 대구 대표 축제 향후 방향성에 대해 △대구의 역사·산업·도시공간·시민참여가 결합된 상징성·체험성 확보 △지역성에 기반한 경쟁력 있는 특화콘텐츠 발굴 △기획부터 철저한 합리성 확보와 공론화 절차 실시 △축제 이후에도 성과가 축적되는 구조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제에선 황 원장은 △축제 명칭 변경 △축제 내용 전면 리모델링 △강력한 행정 협력 및 지원 △산업화 또는 지역 정체성 반영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이사장은 △행정 주도형에서 시민 주도형으로의 진화 △민간 중심의 시민축제 지원센터 설립 △자치구 풀뿌리 축제와 참여형 매칭펀드 결합 등을 제시하며, 세금의 주인인 시민에게 축제의 주권을 돌려주는 행정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발표자들과 오제열 정조대왕 능행차 총감독과 전충훈 판타지아대구페스타 총감독이 참여한 종합 토론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전 총감독은 "극단적으로 정체성이 없는 것이 정체성이 될 수도 있다. 단일 소재 정체성이 아니라 다양한 색이 공존하는 방식 자체가 정체성이 되는 전략도 있다"며 "에딘버러페스티벌의 검열 없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의 창작자 자유 등 대구도 시민의 무엇을 담보로 하는 플랫폼인가를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총감독은 "축제는 지역민의 문화적 발현이면서 외부 공동체와의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 우선 시민이 설계하는 축제가 돼야 하며, 순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목적성이 분명해야 한다"며 "또, 도시의 기억을 시민의 행동으로 나타내는 강력한 상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포럼에서는 시민 주도형 축제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모였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실행 방안은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다. 인구 235만 명 규모의 도시에서 시민 참여를 어떻게 제도화할지, 또 예산과 의사결정 권한이 행정과 지방의회에 집중된 구조 속에서 시민 주도성을 어떻게 실질화할지에 대한 논의는 향후 과제로 남았다.
이현미 대구시 문화콘텐츠과장은 17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체성을 담은 축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우려가 큰 가운데 첫 포럼을 열게 됐다. 역사성이나 장소성이 아니더라도 시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얻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며 "당장의 결론은 없었지만 오는 23일 전문가 회의도 열리고, 향후 시민 설문조사와 시민 참여 회의 등도 진행해 내년 축제의 모양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혁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