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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나눠라

2026-04-20 06:00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기부를 뜻하는 영어 도네이션(Donation)은 원래 한국말이라는 주장이 있다. K-컬처 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많아졌다지만 "설마?"하고 의문이 들 것이다. 법조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서 존경받으셨던 돌아가신 한승헌 변호사님의 말씀이다. 독재에 항거한 민주인사들을 변론하다 투옥까지 당하셨던 인권변호사였기에 투사같고 근엄할 것 같지만 재치있는 유머로 주변 사람들을 항상 편하게 만드셨던 분이시다.


그의 수필집 '산민객담'에는 기부를 뜻하는 영어 '도네이션(donation)'의 어원이 한국어라는 주장이 나온다. 영어 'donation'은 한국어의 '돈 내쇼'에서 '돈네이숑'으로, 다시 '도네이션'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건 전 총리의 수정 의견도 소개하고 있는데, '도네이션'은 영국식 발음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으로는 '더 내쇼'에서 '더네이션'으로 발전했다는 얘기다.


한 변호사님의 유머가 떠오른 것은 요즘 한국스카우트연맹의 총재로서 여기저기 기부금을 모으러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았는데 환갑이 넘어서 만나는 지인과 기업인들에게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 단체지만 국가에서 단 한 푼도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단체 운영에 필요한 자금 상당 부분을 기부금으로 충당하여야만 한다.


통계청이 2025년 11월 11일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 기부 경험이 있는 국민은 전체의 26.1%로서, 국민 4명 중 1명이 기부를 한 셈이다. 한편 1인당 평균 기부액은 58만3천원이며, 감사하게도 국민의 39.6%가 기부에 관심을 가지고 향후 1년 이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기부는 단순히 가진 것을 나누는 행위를 넘어, 사회와 개인 모두를 성장시키는 실천 방식이다. 흔히 기부를 '여유 있는 사람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기부는 금액의 크기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적 행동이며, 그 가치 또한 결코 적지 않다. 기부는 사회적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며,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기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부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물질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나눔을 통해 얻는 만족감과 보람은 단순한 소비로는 얻기 어려운 깊은 행복을 제공한다. 실제로 위 통계청 발표에서도 기부 동기와 관련해서 '남을 돕는 것이 행복해서 기부했다는 응답이 28.7%로 가장 많았다.


현재 우리 청소년들은 입시 경쟁, 디지털 환경의 과잉, 공동체 경험의 부족 등으로 인성이 메말라가고 있다. 자연 속에서 협동심과 책임감을 배우는 체험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기르는 스카우트 활동은 청소년에게 학교 교육만으로는 채워지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 주면서, AI시대를 이끄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게 만드는 과정이다.


물론 모든 기부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투명한 운영과 지속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단체에 대한 기부는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기부를 통해 더 건강하고 책임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면, 그 출발점은 결국 사람이며 그중에서도 청소년에 대한 후원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투자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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