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대구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주차장에 설치된 차량 5부제 안내문 앞으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27일 차량 5부제 참여자를 대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차량 5부제 특약'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업무용·영업용 차량과 전기차를 제외한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만 특약에 가입할 수 있으며 특약 가입자는 연간 보험료 2%를 환급받는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미국·이란 간 전쟁 두달 만에 대구 중소 제조기업들이 폐업 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공급망 전체의 비용 상승과 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공장 가동을 절반이하로 줄이지만 중견 기업조차 '이제는 버틸 힘도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전쟁 직격탄 맞은 섬유산업
중동 사태 장기화로 지역 산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맞은 업종은 섬유다. 지역 섬유의 80% 이상이 석유 기반 합성섬유로, 수출 물류비·보험료 인상에 더해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 부족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면서다.
2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기준 지역 섬유 총수출액 8억2천만달러(한화 약 1조2천억원) 중 대(對)중동 비중은 14.4%에 달한다. UAE(아랍에미리트) 5천700만달러, 사우디아라비아 4천만달러, 튀르키예 2천700만달러로 수출 규모가 적잖다.
현재 대중동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30여개사, 중동만 100% 상대하는 업체는 5~6곳이다. 이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실제 공장을 폐업한 곳도 3개소로 섬유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섬유업체들은 주 5~6일이던 가동 일수를 3~4일로 줄이거나 오전 근무만 하는 방식으로 가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재훈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전략기획본부장은 "물류가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업이 상당수다. 문을 닫으면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이고, 다시 직원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운영 중인 기업도 대금 납기 지연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염색업종은 초비상이다. 염색 원료 대부분이 중동발 수급 불안을 겪는 나프타 기반이어서다. 전쟁 이후 중국산 액체·분말 블랙염료 및 국내 분산성·블랙염료 등 공급 단가는 100% 폭등했다. 폴리에스테르 원사도 평균 30~40% 인상됐다. 가성소다와 포장재 가격도 각각 30%, 40~50% 올랐다.
물류비 역시 평시 대비 10배 가까이 폭등한 상태다. 원가 상승분을 바이어에게 요구했다가는 그나마 있던 수요마저 끊길 수 있어 업체 대부분은 치솟은 비용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역마진' 구조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염색산단 내 중견 기업조차 '버틸 힘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은 27일 중동 사태 관련 대구고용노동청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입주기업들은 코로나 시기에 준하는 고용유지지원금제도 지원요건 완화 및 지원수준 상향, 정부 차원의 금융·재정지원이 가능한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요구했다.
대구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는 전쟁 이후 중동 상황 대응 섬유기업 전담 창구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20일 긴급 간담회를 통해 수렴한 △수출바우처 기신청업체 추가신청 △정책자금 만기 연장 △수출물류비 및 수출보험료 확대 △중동지역에 튀르키예 포함 △고용유지지원 확대 등 업계의 요구를 산업·중기부에 요청해 상당 부분 반영·조치했다. 다만 업계가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 경우 요건 충족이 만만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김정화 대구시 섬유패션과장은 "정부에서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계속 지원을 하려고 한다. 시도 신속전달체계를 통해 정부 및 시 정책지원 정보를 알리겠다"며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은 요건 충족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돼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주요 항목 <출처 = 대구상공회의소>
◆대구 기업 대부분 '고유가 직접 영향'
이러한 상황은 대구지역 산업계 전반에서 고루 나타나고 있다. 전쟁 두달만에 대구 기업 대부분이 유가 상승으로 경영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가가 높아져도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대구상공회의소가 대구지역 기업 445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15~16일 진행한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영향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97.9%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46.2%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밝혀, 유가 상승이 기업 경영에 직접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전체 비용 증가는 10곳 중 4곳 이상에서 '10~20%'를 꼽았다.
비용 증가는 원·부자재(63.2%)와 물류·운송(26.1%)에 집중됐다. 유가 상승이 에너지 비용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상승에도 이를 제품이나 공급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실제로 증가한 비용을 공급가에 반영 못한다는 응답이 59.0%에 달했다.
기업들은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거래처와 납품단가 인상 협의'(59.8%), '운영비 절감'(56.0%)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88.9%)은 향후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비용 증가분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또 응답기업 96.6%는 유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이 가운데 37.6%는 대폭 감소를 예상했다.
김보근 대구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은 "현재 유가 상승은 단순한 일시적 비용 증가를 넘어 기업 수익성 전반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비용 증가분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에너지 비용에 대한 단기적 지원과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안정성 강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가 언제까지 얼마나 오르나
국제 유가가 전쟁으로 단기 폭등 양상을 보이며 지역 경제 근간인 산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1970년대 '에너지 쇼크'에 준하는 타격이 우려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두달만 더 길어져도 유가가 배럴당 192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오는 6월까지 해협 봉쇄가 지속되면 유가는 배럴당 192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만약 현실화될 경우 1970년대 '에너지 쇼크'에 준하는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휘발유·경유 가격이 리터당 2천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을 넘어 일상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 27일 기준 한국유가정보 오피넷의 대구지역 평균 휘발유 값은 1993.34원, 경유는 전국 평균1985.33원이다. 중동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달 1일 대구지역 휘발유값은 1천728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달 만에 15.4%나 올랐다. 전국 평균은 이미 휘발유·경유 모두 2천원을 넘어섰다.
국내 항공업계는 항공·운송 할증료가 최고 단계 적용하면서 산업 물류비와 더불어 여객 항공 비용 압박은 더 커질 전망이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5월 한국발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1군(~600마일 미만) 5만8천600원으로 인상된다. 지난 2월 인상분(7천300원)과 4월 인상분(3만800원)에 이어 또다시 최대폭 인상이다. 대구시민이 대구~오사카를 왕복하는 항공을 이용하면 유류할증료만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의미다.
류병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차장은 "해상 물류 불확실성이 커지고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확실하고 빠른 배송을 위해 항공 운송을 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면서 "하지만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전쟁 전 대비 40% 급등하는 등 전반적으로 물류 운임이 크게 올라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윤정혜
이승엽
이동현(경제)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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