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이전기관 12곳 안착했지만 정책금융·투자·인증 기능은 공백
신보와 기업은행 연결해 보증→대출→성장투자 지원망 보강
전문인력·공동사업까지 동반돼야 지역 산업 파급효과 확산
추경호 대구시장과 대구 지역 국회의원, 산·학·연 관계자들이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공공기관 이전 대구 유치전략 정책토론회'에서 공공기관의 대구 유치를 촉구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대구시 제공>
현재 대구에는 12개의 공공기관이 둥지를 틀었지만 '추가 유치'에 대한 갈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신용보증, 정보화, 연구개발 지원 등의 기능을 가진 공공기관이 이전해 온 반면, 정책금융·투자·기술평가·인허가 관련 기관들이 동반되지 않아 반쪽짜리 유치에 그치고 있어서다.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공공기관 이전 대구 유치전략 정책토론회'에서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이 이번 유치전의 승부처로 '기능 결합'을 지목한 핵심 배경이다.
1차 이전기관은 나름 전문 영역에서 지역 산업을 뒷받침해 왔다. 신용보증기금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은 연구개발 사업을 맡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산업단지공단도 디지털 전환과 산업단지 관리 기반을 넓혀 주었다. 하지만 기능적 측면의 빈틈은 기업이 다음 성장 단계로 넘어갈 때 크게 드러났다. 보증 이후 대출·투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기관을 접촉해야 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기술 개발 후에도 가치평가와 인증, 시장 진입을 위해 수도권 기관을 찾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기관은 이전했지만 지원 기능이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 분야가 대표적이다. 신용보증기금에 IBK기업은행·한국벤처투자 등 정책금융·투자기관이 합류하면 보증에서 대출, 성장투자까지 이어지는 자금 공급망을 갖출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한국무역보험공사까지 더해지면 수출과 해외 진출로 지원 범위가 확장된다. 지역 기업의 창업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하나의 권역에서 해결되는 '기업 성장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전문인력도 함께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가치평가와 정책금융 기술심사, 표준·인증 설계, 인·허가 심사, 실증 절차 설계는 대학 교육만으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랜 실무를 거친 인력이 동반 이전해야 지역 기업도 필요한 전문성을 제때 활용할 수 있다. 이전 이후의 성과를 미리 구체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됐다. 지역 기업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지, 제품 불량률과 에너지 사용량을 얼마나 줄일지, 또 수출 기회를 어떻게 넓힐지에 대한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자는 취지다.
통합지역 우선 배치 기류에…대구, '공공기관 이전, 공정 기준' 맞불
행정통합을 이룬 전남·광주지역에 2차 공공기관 이전 혜택을 몰아주려는 정부 기류에 맞서 대구가 '공정한 배치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행정통합 여부가 아닌 산업 연계성과 국가적 파급효과, 정주 경쟁력을 기준으로 이전지역을 가려야 한다며 정치적 배분에 강하게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기준이 구체화되는 9월 전까지 공동 전선을 가동, 유치전에 사활을 걸 태세다.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공공기관 이전 대구 유치전략 정책토론회'에선 행정통합 지역 우선 배치론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행정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재정·행정적 지원은 별도로 마련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 이전까지 통합 성사 지역에 대한 보상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재배치 원칙은 대구 유치전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통합 여부에 가중치가 실리면 대구는 경쟁 초반부터 불리한 상황이다. 반면 산업적 적합성과 이전 효과가 핵심 지표로 적용되면 기존 혁신도시와 특화산업 기반을 갖춘 지역도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지역 정치권은 행정체제 개편과 공공기관 이전의 정책 목적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통합은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을 통해 추진할 사안이고, 공공기관 배치는 국가균형발전과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통합 성사 여부가 이전 순위를 좌우하게 되면 지역별 준비 수준과 산업 기반, 기관 기능과의 연계 가능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를 청사와 인력의 단순한 이동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전기관이 지역 기업·대학·연구기관과 어떤 협업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지역 경제와 국가 산업에 어느 정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기관 이전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핵심 평가 항목으로 거론됐다.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 기업 지원, 투자 확대가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연결돼야만 공공기관 이전이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역의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직원과 가족의 정착 가능성도 주요 평가 요소로 제시됐다. 교통과 교육, 의료·문화 인프라를 비롯해 주거비와 생활 편의성, 기존 혁신도시의 수용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기관의 안정적 이전과 장기 정착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낮은 이주율과 수도권 출·퇴근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생활 기반을 사전에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를 상대로 한 설득전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이날 유의동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만나 지역 산업과 이전 공공기관을 연계한 발전 전략을 직접 설명했다. 대구의 입지 경쟁력을 토대로 핵심 기관 유치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정부 부처와 국회를 상대로 객관적인 배치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유치 대상 기관에 대구 이전의 타당성을 설명할 방침이다.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기준이 확정되기 전까지 기관별 유치 논리를 보강하고, 배치 원칙에 지역 요구가 반영되도록 전방위로 설득할 계획이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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