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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이어령

2026-04-29 06:00
이창수 유락·야행성동물 대표

이창수 유락·야행성동물 대표

요즘 이어령의 책 '디지로그'(2006)에 푹 빠져 있다. 내가 운영하는 '야행성동물'은 무라카미 하루키 절판본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독립서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하루키가 아니라 이어령을 전문으로 할 걸 그랬나 싶어질 정도로 재밌게 보고 있다.


사실 '이어령'은 개인적인 이유로 아쉬움이 큰 이름이다. 기자 시절, '이거 쓰면 진짜 대박이겠는데?' 하며 늘 가슴에 품고 있던 기획의 주제가 바로 '지식인'이었다. 기획자에게 상상은 필수. '한국기자상'을 꿈꾸며 10회 이상 연재를 다짐했던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1회 1면 톱 기사 제목은 늘 "이어령이 누구예요?"였다.


기획의 골자는 '누가 지식인이냐'는 것. 대학교수, 언론인, 정치인 등 옛 권위자들이 과연 이 시대 지식인으로 유효한가. 지금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인물들을 지식인이라 여기는가. 무엇이 달라졌고 왜 달라졌는가. 수십 년 전 어느 기사에서 꼽은 지식인의 조건과 현대인들의 인식 차이를 비교하며 달라진 양상과 이유를 추적하는 탐사보도.


당시 진영을 떠나 '이 사람만큼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이름이 '이어령'이었고, 수소문 끝에 관계자 연락처까지 구해 접촉에 성공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정중히 거절당하며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지금도 못내 아쉬운 순간이다.


"그래서 유락이 뭔데요?"


'유락'이 생긴 지도 어언 2년. 언뜻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입구에서부터 '유락은 카페가 아닙니다'라고 써 붙어 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궁금증일 텐데,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대답은 늘 왔다 갔다 했다. 어떨 땐 "대충 스타트업 비슷한…"이라고 둘러대기도, 어떨 땐 "19세기 파리의 살롱 같은…"이라고 늘어놓기도, "제 작업실…" 하며 말꼬리를 흐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유락은 미디어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디지로그'에서 이어령은 젓가락 하나로 '한국인'을 설명하며, 그 안에 무수한 서사가 담겨 있으니 "젓가락 역시 훌륭한 미디어"라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결국 '메시지'. 그걸 떠나 이 표현 자체가 은근히 써먹기 좋은데, "커피는 미디어입니다", "돈이란 일종의 미디어죠"처럼 아무 데나 갖다 붙여도 제법 그럴싸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무튼 이어령의 시각을 빌리면 '유락'은 돌아가신 내 할아버지의 이름이고, 미디어다. "실존적 선택이 개인의 서사를 만들며, AI 시대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무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유락으로 오시라.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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