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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에서 ‘노동절’로…63년 만에 역사적 ‘법정 공휴일’ 모두가 웃지는 못한다

2026-04-30 21:39

일하면 최대 2.5배•대체 휴일은 불가 왜?
노동계 “하루 휴일 넘어 노동 가치·권리 인정”
영세 사업장·외국인 노동 현장 체감 차이는 과제

2025년 세계노동절을 맞은 1일 대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소속 단체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대회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주최로 열렸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025년 세계노동절을 맞은 1일 대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소속 단체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대회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주최로 열렸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노동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제정된 '노동절(옛 근로자의 날)'이 63년 만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1963년 '근로자의 날'로 제정된 뒤 민간 노동자 중심의 '휴일'로 운영돼 왔지만, 올해부터 '노동절'로 이름을 바꿔 법정공휴일로 적용되면서 공무원과 교사 등까지 휴무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법정공휴일 지정은 단순히 쉬는 날이 하루 늘어난 조치가 아니다. 노동의 가치와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영남일보가 '모두의 휴일'이란 제도적 상징성이 주는 의미와 노동 현장에서 느끼는 실질적 체감도는 어떠한지 알아봤다.


◆'근로자'에서 '노동'으로


올해 노동절의 가장 큰 변화는 명칭과 성격이다. 기존 '근로자의 날'은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노동절'로 바뀌었다. 이어 올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노동절은 민간 노동자 중심의 유급휴일을 넘어 공공부문까지 포괄하는 휴일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명칭 변경에 이어 공휴일 지정을 추진했고, 인사혁신처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통해 올해부터 공무원과 교사도 노동절에 쉴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는 이를 단순한 휴일 확대가 아닌, 노동의 가치를 회복하는 사회적 변화로 바라봤다. 민주노총 이길우 대구본부장은 "그동안 '근로자의 날'이라는 표현은 일하는 사람을 사용자에게 고용돼 일하는 존재로만 좁혀 바라보는 성격이 강했다"며 "반면 '노동절'은 임금노동자뿐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모든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드러내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칭을 노동절로 되돌리고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단순히 쉬는 날을 하루 늘린 조치가 아니라, 노동자가 사회의 주체라는 점을 국가가 인정한 변화"라며 "공무원과 교사까지 휴무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도 노동절의 공적 의미가 커졌다"고 했다.


노동절은 일반 공휴일과 법적 성격이 다르다. 현충일이나 광복절 등 일반 공휴일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하면 공휴일에 일하고 다른 날 쉬게 하는 '휴일 대체'가 가능하다. 반면 노동절은 별도 법률에서 5월 1일을 특정해 유급휴일로 정한 날이다. 이 때문에 사업장이 임의로 노동절에 일하게 한 뒤 다른 날 쉬게 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노동절에 출근하면 수당이 최대 2.5배까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절은 일하지 않아도 하루치 임금이 보장되는 유급휴일이다. 여기에 실제 근로분 100%와 휴일 근로 가산수당 50%가 붙는다. 시급제·일급제 노동자 기준으로는 유급휴일분 100%, 실제 근로분 100%, 휴일가산분 50%가 더해져 통상 하루 임금의 250%가 되는 구조다.


경북대 노진철 명예교수(사회학과)는 "노동절의 법정공휴일 지정은 노동을 개인의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활동으로 인정하는 상징적 조치"라며 "다만 제도의 의미가 실제 현장에 닿으려면 쉬지 못하는 노동자, 작은 사업장, 외국인 노동자처럼 공휴일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집단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자정을 넘긴 시각 대구 달서구의 한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매장 한쪽에서 업주 정현희(여·59)씨가 근무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지난 15일 자정을 넘긴 시각 대구 달서구의 한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매장 한쪽에서 업주 정현희(여·59)씨가 근무하고 있다. 영남일보DB

◆ '모두의 휴일' 밖의 노동


노동절이 법정공휴일이 됐지만 모든 일터가 동시에 멈추는 것은 아니다. 고객사의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영세 제조업체와 휴일 손님이 몰리는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대형 유통시설은 노동절에도 문을 닫기 어렵다. 노동절이 '모두의 휴일'로 확대됐지만, 현장에서는 업종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휴무 여부부터 달라지는 셈이다.


이 차이는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대구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 2024년 기준 대구지역 5인 미만 사업장 비중은 86.2%,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31.4%(약 32만여 명)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사업체 10곳 중 8곳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이고, 노동자 3명 중 1명가량이 작은 일터에서 일하는 구조다.


지역 내 영세 제조·판매업체는 휴무를 보장하기 쉽지 않은 데다, 근무 시 보상 기준 또한 다르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노동절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유급휴일로 인정되지만, 휴일근로 가산 수당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절에 일하면 유급휴일 분에 실제 근로분과 가산 수당이 붙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같은 날 일해도 가산분까지 보장받기 어렵다. 대구 남구 한 5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권상범(29)씨는 "노동절이 공휴일이 됐다고 해도 작은 업장들이 실제로 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일하게 되면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수당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노동절 공휴일화를 마냥 반기기 어렵다. 법적으로는 직원을 고용한 사용자지만, 현실적으로는 직접 가게를 지키며 인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휴일 매출 의존도가 높은 음식점·카페·편의점 등은 문을 닫기도, 인력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대구 달서구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정현희(여·59)씨는 "근로자였다면 반가웠겠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직원 근무 일정부터 다시 확인해야 해 부담이 생겼다"며 "노동절이라고 문을 닫기도 어렵고, 직원들을 모두 쉬게 하기도 쉽지 않다. 아마 내일이 가장 바쁜 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제조업 공장. 영남일보DB

대구의 한 제조업 공장. 영남일보DB

◆ 한국서 맞는 첫 '노동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올해 노동절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휴일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다수 국가는 이미 본국에서 5월 1일을 노동절 또는 근로자의 날 공휴일로 운영 중이다. 이들 국가 출신 노동자에게 노동절은 고향에서도 쉬거나 기념해 온 국제적 휴일이다.


2년 전 한국에 입국한 말콤(우즈베키스탄·21·경북 경산)씨는 한국에서 처음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노동절을 맞는다. 그는 "고향에서도 노동절은 쉬는 날로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공휴일이 된다고 하니 반갑다"며 "이번에는 친구들과 쉬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지만, 회사마다 쉬는지 일하는지는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체로 이번 노동절 공휴일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고국에서 노동절을 공휴일로 알고 지냈던 만큼, 한국에서도 같은 날이 공식 휴일로 인정된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대구 서구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웨이안 표(미얀마·26)씨는 "노동절이라 당일 임금이 오른다는 설명을 받았다. 지역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동료들도 대체로 이를 반기고 있다"며 "고향에서도 노동절은 법정공휴일이었지만 대부분 출근해 체감이 크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쉬지는 못하지만, 일한 만큼 보상이 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대구·경북 외국인 노동자들이 휴무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구외국인근로자센터 이선진 교육운영팀장은 "지역 내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제조업에 몰려 있어 납기 일정과 생산라인 가동 문제로 하루 휴무조차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절 휴무 등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일해야 한다'고 답하는 분위기"라며 "노동절이 공휴일이 됐다는 사실뿐 아니라, 실제 사업장에서 쉬는지, 일하면 수당은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외국인 노동자도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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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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