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덕동은 진보 교두보, 대신동은 보수 철옹성
남산4동 ‘캐스팅보트’…동별로 갈린 중구 표심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대구 중구는 국민의힘의 '무풍지대'였다. 구청장과 광역의원 제1선거구가 '무투표 당선'될 만큼 보수 우위가 뚜렷했다. 그러나 동네별 속사정은 달랐다. 이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표심은 더 세분화됐고, 같은 중구 안에서도 서로 다른 정치 지형이 드러났다.
인포그래픽=염정빈기자
◆ '진보의 교두보'가 된 삼덕동
보수 지형 속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이 꾸준히 높게 나타나는 지역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 도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삼덕동이 꼽힌다. 202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서재헌 후보는 삼덕동에서 22.4%를 기록하며 중구 내 최고 득표율을 보였다. 이는 중구 전체 평균(19%)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삼덕동의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30%에 육박하면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후 선거에서도 이어졌다. 2024년 총선에서 삼덕동은 민주당 허소 후보가 32.8%(평균 29.0%)를 얻으며 중구 내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2025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2.3%를 획득하며 중구 평균(23.8%)보다 소폭 낮았지만, 대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11.3%를 얻으며 중구 내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삼덕동은 중구 내에서 '야성'이 비교적 가장 뚜렷하게 형성된 지역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대봉2동도 선거마다 상대적으로 높은 민주당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대봉2동의 경우, 지선 20.7%, 총선 29.9%, 대선 25.4% 등이었다. 특히 대선의 경우 중구 내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남산2·3동도 꾸준히 평균 수준 또는 평균 이상 지지를 유지했다. 동성로와 약령시, 근대골목, 달성공원 일대와 대구역 주변 아파트단지를 아우르는 성내권(성내1·2·3동) 역시 선거에 따라 동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유동형 지역으로 꼽힌다. 2022 지선에선 성내1동이 민주당 득표율 21.9%를 기록하며 전체 3위였고, 2024 총선에선 성내3동과 성내1동, 성내2동 순으로 전체 2·3·4위였다. 2025 대선에선 성내3동과 성내2동이 각 2·3위를 차지했다.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청년층과 외부 유입 인구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갖는다. 대학병원과 상업시설이 밀집한 삼덕동, 동성로 상권의 성내1동은 1인 가구와 청년층 비중이 높고, 남산3동과 대봉2동 등은 신축 아파트 입주로 젊은 가족 단위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거주 이동이 잦고 인구 구성이 유동적인 만큼, 전통적인 보수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 대신동, 흔들림 없는 '보수의 철옹성'
대신동은 세 차례 선거에서 모두 '보수 철옹성' 득표율을 기록하며 중구 내에서 가장 견고한 지지 기반을 형성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보수 민심의 바로미터' 서문시장을 품고 있는 이곳은 중구 보수 민심의 핵심 지역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대신동에서 79.8%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김기웅 후보가 59.5%, 무소속 도태우 후보가 14.0%를 얻어 보수 계열 총합이 73.5%로 중구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어 2025년 대통령선거에서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70.1%를 기록하며 높은 지지율을 이어갔다. 선거의 종류나 후보가 바뀌어도 보수 지지층의 결집력은 굳건했다.
대신동만큼의 견고함은 아니지만 안정적 보수 성향을 띠는 동네도 있다. 대봉1동(대백프라자, 김광석다시그리기길)과 남산1동(반월당역·명덕역)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홍 후보가 각각 79.1%, 77.9% 득표율을 기록하며 일관된 보수 강세를 보였다.
2024년 총선에서도 보수 후보 합산 득표율이 대봉1동은 73.2%, 남산1동은 72.9%였다. 2025년 대통령선거에서도 68~70%대를 기록하며 일관된 상위권을 형성했다. 성내3동도 2022년 지방선거에서 홍 후보의 득표율은 81.1%에 달하며 중구 내 최고 수치였지만, 2024년 총선에선 보수 후보 합산 득표율 67.5%로 중구 내 상위권은 아니었다. 대선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23.6%,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이 10.7% 등을 기록하면서 '보수 바라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동인동도 세 차례 대형 선거에서 보수 우세 경향을 보였다.
대신동과 남산권 일부 지역은 2022년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가 안정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유지하며, 정당 지지 기반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특징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전통 주거지와 신축 아파트 단지가 혼재된 구조로, 상대적으로 중장년층 비중이 높고 생활권이 안정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 역시 큰 변동 없이 보수 우세가 유지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대구 중구 동성로 전경. 영남일보DB
◆ '가장 큰 변수'는 남산4동의 규모
중구 선거의 실질적인 향방을 결정할 최대 변수는 남산4동의 '체급'이다. 남산4동의 선거인 수는 2025년 대선 기준 1만2천2명이다. 중구 내 행정동 중 최대 규모다. 대규모 신축 아파트 입주로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된 결과다.
득표율이 조금만 변해도 중구 전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동의 결과를 상쇄할 만큼 크다. 실제로 남산1동의 경우 지난 대선 선거인 수가 3천999명으로 남산4동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남산4동 표심은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2년 시장 선거 당시 17.4%였던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2024년 총선에서 26.3%까지 상승하며 보수 진영과의 격차를 좁혔다. 이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68.5%, 민주당 22.2%를 기록했다. 규모와 변동성을 동시에 갖춘 만큼, 남산4동은 중구 선거에서 사실상의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성내3동 표심의 향방도 관심을 모은다. 성내3동은 대형 아파트 입주로 인해 2022년 지선 선거인 수 3천850명에서 2025년 대선 9천435명으로 약 2.5배나 훅 뛰었다. 신규 유입된 선거인들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러한 동별 지형은 각 정당의 이번 지방선거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민주당은 삼덕동과 대봉2동, 남산4동, 성내3동 등 변동성이 크거나 야성이 짙은 지역의 투표 참여를 극대화해 '틈새 시장'을 키워야 한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대신동 등 보수 우세 지역의 결집력을 바탕으로 남산·대봉 일대의 이탈표를 얼마나 단속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영준 중구청장 예비후보는 "중구는 최근 유입된 인구가 많아지면서 세대별 특징이 두드러진다"며 "순유입된 인구를 정착시키지 않으면 중구엔 미래가 없다. 10만 인구가 정주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류규하 중구청장 예비후보는 "동네마다 특색 있는 정책 개발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간 중구에 대형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섰고, 입주세대의 절반은 2030세대라서 이번 선거는 가늠하기가 힘들지만, 동네별 표심을 사로잡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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