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505020210541

영남일보TV

  • [직설사설] 지선 이래 역대급 주목…김부겸vs추경호 공략 집중 분석
  • 지방선거 앞두고 대구 혁신 정책 토론회 개최…“기득권 해체·시민주권 강화” 한목소리

[김은광의 좋은 건축, 좋은 도시] 전통시장은 왜 다시 일상의 중심이 되지 못하는가

2026-05-06 06:00
김은광 경일대 건축학과 교수·건축학 박사·건축사

김은광 경일대 건축학과 교수·건축학 박사·건축사

전통시장의 쇠퇴를 두고 흔히 소비 패턴의 변화나 대형 유통시설의 확산을 먼저 말한다. 물론 그것도 원인이다. 그러나 그 설명만으로는 지금의 시장이 왜 반복적으로 힘을 잃는지 설명할 수 없다. 많은 전통시장은 여전히 도심의 중심에 있고, 입지 자체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문제는 시장을 되살리는 방식이 처음부터 잘못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은 거의 예외 없이 상업 기능의 회복에 집중되어 왔다. 시설을 현대화하고, 동선을 정비하고, 특화 상품을 만들고, 청년 상인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은 일정 기간 사람을 불러모을 수는 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한다. 행사가 끝나면 다시 한산해지고, 특정 시간대가 지나면 공간은 비워진다. 이는 개별 사업의 성과 부족이 아니라, 시장을 상업시설로만 보는 관점 자체가 한계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전통시장은 원래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기능 위에 식사와 교류, 머무름이 함께 이루어졌고, 주변의 생활권과 연결되면서 하루 전체를 통해 사용되었다. 다시 말해 시장은 거래의 장소이기 전에 생활의 기반이었다. 그래서 이용이 특정 시간에만 몰리지 않았고, 반복되는 사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반면 오늘날 많은 시장은 이 생활의 층위를 잃었다. 시장은 여전히 장을 보는 곳이지만,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찾게 만드는 생활의 연속성은 크게 약해졌다. 시장 주변의 주거는 멀어지고, 식사와 체류, 일상적 만남의 기능은 줄어들었다. 그 결과 시장은 필요한 때만 들르는 장소가 되었고, 필요가 끝나면 곧바로 비워지는 공간이 되었다. 상업 기능만 남은 시장이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차이는 해외의 오래된 전통시장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라 보케리아(La Boqueria), 영국 런던의 보로우 마켓(Borough Market), 프랑스 파리의 앙팡 루주 시장(Marché des Enfants Rouges), 독일 뮌헨의 빅투알리엔마르크트(Viktualienmarkt)는 모두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그 본질은 관광이 아니다. 이들 시장은 지역 주민의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장을 보고, 식사를 하고, 잠시 머물고, 다시 생활로 이어지는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관광은 생활이 살아 있는 공간 위에 덧붙여진 결과일 뿐, 시장을 유지시키는 원인이 아니다.


결국 전통시장의 문제는 매출의 문제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매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생활과 분리된 시장은 아무리 시설을 고치고 사람을 불러도 다시 비슷한 한계에 부딪힌다. 지속적으로 사용될 조건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시장을 살리는 일을 상업 활성화 사업으로만 다루는 한, 같은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이 다시 일상의 중심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더 잘 팔리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다시 생활과 연결되게 만드는 일이다. 식사와 체류, 돌봄과 교류, 주변 생활권과의 관계가 시장 안팎에서 함께 작동해야 한다. 비어 있는 상층 공간과 주변 유휴 공간을 생활 기반과 연결하고, 시장을 특정 시간에만 소비되는 장소가 아니라 반복해서 사용되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전통시장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명확하다. 시장을 생활의 공간이 아니라 상업의 공간으로만 다뤄 왔기 때문이다. 이 잘못된 전제를 바꾸지 않는 한 전통시장은 다시 일상의 중심이 될 수 없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