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보상 성격 수당 지급
대구 비정규직 비율 38.6%
5인 미만 사업장 전국 최고
지역 노동시장 체력 ‘취약’
중앙 지원 없인 안착 어려워
1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원청 교섭 쟁취와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정부가 공공부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정수당(단기근로자 고용 불안에 대한 보상 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대구지역 노동시장에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역 내 공공기관들의 인건비 예산 증가에 따른 고용 위축으로 노동시장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더군다나 공정수당 적용 대상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지역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고용 흐름과 임금 구조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 단기 계약 남용을 막아라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보면, 고용노동부는 2027년부터 공공부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계약기간에 따라 공정수당을 지급한다. 현 기준 전국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약 14만6천명 중 1년 미만 계약자 약 7만3천명이 공정수당 혜택을 받는 셈이다. 대구는 4천100여명(대구시 추산)이 해당한다.
공정수당 도입 논의는 2007년 시행된 기간제법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해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선 정규직 전환 대신 계약 종료를 택하는 방식이 반복됐고, '1년 11개월 계약'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이에 공정수당 제도는 기간 규제보다 비용 구조를 손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보다 싸게 쓸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면, 계약기간을 규제해도 회피 전략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서다. 공정수당 도입에 따른 보상금액 한도는 월 최저임금(254만5천원)의 118%다. 계약기간에 따라 기준금액의 8.5~10%를 정액 지급한다. 1년 근무를 기준으로 1~2개월 근무자는 38만2천원, 5~6개월 근무자는 126만원, 11~12개월 근무자는 최대 248만8천원을 받는다.
변수는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지자체들이 자칫 기간제 노동자 고용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허리띠를 졸라매며 긴축 재정에 들어간 지자체들이 계약 기간별 대상자 산정과 예산 반영 방식에 따라 내년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추가 예산을 확보해야 해서다. 정부가 단기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줄이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재원 마련이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일선 지자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 한 간부는 "지금도 인건비와 복지·시설 운영비 부담이 계속 커지는 상황인데, 기존 기간제 인건비 예산에 공정수당까지 추가로 반영하려면 각 기관의 예산 편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정수당을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려면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나 단계적 시행 방안, 대상 인원 산정 기준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 기간제 노동자 숫자를 줄이는 불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수당이 분명한 '명과 암'이 존재하는 제도라고 역설했다. 공공부문에 한해 단기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쪼개기 계약' 관행을 줄이는 압박 장치가 될 수 있지만, 단순 비용 증가로 '채용 위축'이란 부작용 또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북대 노진철 명예교수(사회학과)는 "공정수당은 단순히 수당을 지급하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어떤 일자리를 안정적 일자리로 전환할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 문제"라며 "대구 같은 지역에서는 중앙정부 지원과 단계적 적용 방안 없이는 제도 안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면, 기관 입장에서도 계속 단기 계약을 반복할 유인이 줄어든다. 단기 계약 남용에 제동을 거는 제도인 점은 분명한 만큼,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노동시장 구조. <인포그래픽=생성형AI>
◆ 민간 확산엔 대구 노사 모두 '신중'
공정수당 제도가 민간부문까지 번질 조짐도 감지된다. 현재는 공공부문 단기 계약 노동자에 한정되지만, 최근 정부가 공정수당 적용 대상을 일선 기업과 자영업체 등까지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가면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민간부문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수당 민간 확대라는 사회적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두고 대구지역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비정규직 비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고, 5인 미만 사업장 비중 또한 전국 최고 수준인 대구 여건상 공정수당 도입 취지엔 공감하지만, 안정적인 현장 안착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5일 대구시에 확인 결과, 지난해 기준 대구 비정규직 노동자는 35만3천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8.6%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38.2%)을 웃도는 수치다. 지역 내 사업장 체력도 약하다. 2024년 기준 대구 5인 미만 사업장 비중은 86.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31.4%로 약 32만명에 달한다.
이들 모두 주장하는 제도적 쟁점은 정부 지원과 사업 단계화다. 경영계는 공공부문과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 없이 제도만 확대될 시 추가 인건비 부담에 따른 신규 채용 축소와 고용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계도 불안정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영세사업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만 노동자들의 숨통도 함께 트일 것이란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구경영자총협회 정덕화 상무이사는 "대구처럼 중소·영세기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선 공정수당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훨씬 크다"며 "민간으로 확대하려면 기업 부담을 일방적으로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 지원과 단계적 적용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이길우 대구본부장은 "공공부문 1년 미만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데다 퇴직금도 받기 어려워 정규직이나 다른 기간제보다 낮은 임금을 감수해 온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공공부문에 한정된 논의인 만큼, 민간으로 확대되려면 정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비용만 높이는 제도로 끝나면 현장 내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라고 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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