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위, ‘현장형 국민대화’ 의제 발굴 위해 국민제안 접수
‘대구’ 관련 ‘청년층 이탈’ ‘지역간 격차’ ‘지역 감정’ 등 주제로 제안
특정 지역 비하성, 확증편향 우려 게시글도 일부 발견돼 ‘눈살’
대구 동성로를 걷고 있는 사람들. 영남일보DB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 달 8일부터 이달 3일까지 26일간 '현장형 국민대화' 의제 발굴 공모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 4천건이 넘는 국민 제안이 접수됐다. 제안된 내용은 주제(정치·이념, 양극화, 지역, 세대, 젠더, 사회적 약자)별로 공개됐다. 이 중에 대구와 관련된 제안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6일 영남일보가 '대구'라는 키워드를 넣어 제안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뼈아픈 '청년층 이탈'과 '기업 유치 한계'
자신을 공직자라고 밝힌 한 국민은 제안 글에서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가장 뼈아프게 느낀 격차는 청년들의 이탈과 기업 유치의 한계"라며 "우리 대구도 예전엔 섬유산업을 비롯해 자부심이 대단한 도시였지만,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라고 한탄했다.
이어 "대구의 인재들이 대학만 졸업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서울로, 경기도로 떠난다"라며 "사는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꿈의 크기가 제한되고,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 정든 고향을 등져야 하는 현실이 참 미안하고 무력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느낀 점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관성'이 너무나도 강하다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예산권과 결정권은 여전히 중앙부처가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중앙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역 특색에 맞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진짜 자치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미디어나 교육 과정에서 서울 중심적인 가치관을 주입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지역간 격차를 토로하는 글도 있었다. 김모씨는 "대구에 살면서 서울과의 차이를 체감한 적이 많다. 서울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지역에 따른 기회의 격차를 더 실감하게 됐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소모적 지역감정 넘어 화합과 협력으로
'대구'를 키워드로 한 제안 중엔 소모적 지역 감정 및 갈등과 관련된 내용도 찾아볼 수 있었다.
자신을 광주시민이라고 밝힌 박모씨는 "업무차 대구에 직장동료들과 출장을 가서 동네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며 "식당주인과 동네 주민들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광주에서 왔다'고 하니 '데모하러 온건 아니지예'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아직도 영호남 지역갈등과 편견이 존재하는구나'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동서(영호남) 화합을 위해 교류와 왕래를 늘리고, 달빛내륙철도같은 물리적으로도 가까워질 수 있는 인프라도 확대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대구시민 최모씨가 올린 제안 글도 눈에 띄었다. 최씨는 "어머니 고향인 전라도 한 지역에 갔다가 택시 안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기사님이 '어디서 왔냐' 길래 '대구서 왔다'고 하니, 대구 그 촌구석에서 왜 왔냐고 했다. '대구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며 내릴때 까지 본인 신념을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 사람, 전라도 사람 편가르기식으로 이야기하는 이런 시대가 사라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간 갈등보다 협력을 제안한 목소리도 있었다. 이모씨는 "지역 간 공동사업 참여 시 재정 인센티브를 확대해 협력과 상호이익을 높여 정치·이념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대구-광주가 협력하면 대구나 광주가 개별 사업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더 큰 혜택을 주는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민통합위원회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모두의 국민통합' 사이트 캡처
◆지역 비하·확증편향 우려 제안도
일부 제안 중에는 지역 비하가 우려되는 내용도 있었다. '대구에 산지 7년째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국민은 "아시다시피 대구는 '국민의힘' 이전부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를 성실히 모시는 분위기의 신앙을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듯한 느낌의 도시"라며 "사회적 진실보다는 눈 앞의 본인들 삶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비상계엄 때도 서울 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밤을 거의 꼴딱 새고 있을때 대구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인 듯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가 2·28 정신이 있는 곳이라고 떠드는데 그 정신 말살된 지 오래됐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국민은 제안 글에서 "여기는 대구다. 극우적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많다"라며 "내란이고 뭐고 역사적 진실에 눈 막고 귀 막고 헌법과 법률에 저촉되는 교묘한 선동에 넘어가 닥치고 특정 정당을 찍는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글을 두고선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오후 대구 중구 종각네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안지훈(38·북구 대현동)씨는 "마치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듯한 확증편향적인 악성댓글 같다"라며 "저런 글이 국민통합에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역시 종각네거리에서 만난 한 50대 시민(동구 신암동)은 "대구에 대한 건강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그걸 넘어서서 이 도시와 시민들을 함부로 규정짓고 낙인 찍는 것 글 같다"라며 씁쓸해 했다.
한편, 국민통합위는 접수된 제안을 토대로 국민 선호도 조사와 국민패널 토론을 거쳐 최종 의제를 선정하고,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국민제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국민통합위원회 기획총괄과 직원은 6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의 수많은 제안을 가감없이 수렴하다 보니 일부 부적절한 표현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라며 "최종 의제 선정은 축적된 제안들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구조화 작업 등을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비하적이거나 부적절한 표현은 선정되지 않거나 행정용어로 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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