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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경남 합천 회양관광단지] 물 아래 잠긴 기억, 물 위에 띄운 휴식…합천호의 시간을 걷다

2026-05-09 10:12
호수는 티 하나 없는 보석 같은 빛이다. 선착장 경사로 위 건물에 대병면 어업계 사무실이 있고 뒤편에 우뚝한 산이 금성산이다.

호수는 티 하나 없는 보석 같은 빛이다. 선착장 경사로 위 건물에 대병면 어업계 사무실이 있고 뒤편에 우뚝한 산이 금성산이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짙다. 아카시아와 라일락과 이팝나무의 시절이 왔다고, 길이 알려준다. 합천으로 들어서며 언뜻 해사한 이팝 사이로 작약 꽃 속에 선 사람들을 본다. 핫들생태공원에 꽃이 시작되었네. 용주면의 황강 모래밭은 여전한 공사로 어수선하고 합천영상테마파크는 더 육중해진 느낌이다. 이즈음에서 뭉클해지는 백리 벚꽃 길은 이제 푸른 양감으로 점잖게 다가오고 있다. 모래밭의 황강이 계곡을 부수고 절벽을 세우는 저릿한 풍경을 맞닥뜨리면 대병면이다. 길은 높아지고 물은 깊어진다. 그러다 과거 혹은 미래의 성벽 같은 합천댐의 거무스름한 뒷모습을 지나면 길은 서서히 하강하며 넓은 합천호를 내어준다.


회양관광단지는 1988년 합천댐이 완공되었을 때 동시에 관광지로 지정돼 조성되었다.

회양관광단지는 1988년 합천댐이 완공되었을 때 동시에 관광지로 지정돼 조성되었다.

◆ 대병면 회양관광단지


내려선 길이 휘어지는 삼거리 호숫가에 회양관광단지가 있다. 1988년 합천댐이 완공되었을 때 동시에 관광지로 지정된 곳이다. 수목으로 가득 한 넓은 단지는 호수를 향해 기울어져 있어 그저 숲 같다. 숲속 나뭇가지 사이로 물놀이장이 보이고, 사우나가 보이고, 복지센터도 보이고, 마트와 식당들, 펜션과 골프장이 보인다. 또 그 가득한 수목 속에 곡선으로 이어지는 길과 직선으로 연결되는 데크길이 있고, 고동색의 나무판 이정표가 있고, 큼지막한 몸을 띄엄띄엄 숨긴 조각공원이 있다. 아치형의 장미 터널과 햇빛에 달궈진 꽃잔디는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웃음처럼 초록빛 공원에 시각적 음향 효과를 낸다. 회양관광단지의 자랑은 봄 벚꽃과 가을 단풍, 그리고 이른 새벽 산안개와 물안개가 만나는 풍경이라 한다. 그 어느 것도 아닌 오늘은 반짝거리고, 넘치고, 두려움 없이 순정한 회양이다.


대병면(大幷面)은 신라 시대에 삼기현이었다. 무학대사의 고향이다. 조선 태종 때는 삼기현과 가수현을 합해 삼가현이 되었다. 삼가현에는 대평, 고현, 병목 등 3개면이 있었는데 1914년 행정구역통폐합 때 대평과 병목을 합해 대병면이라 했다. 그때 처음 면사무소가 세워진 곳이 고현의 범밭골이다. 지금 대병면사무소는 회양리 가산마을에 있다. 관광단지 뒤편의 비탈진 동네다. 마을이 생긴 지 오래되어 유래를 알 수 없으나 남평문씨와 경주최씨가 살고 있다고 한다. 기울어진 땅이라 가산(可山)이라 하는데, 그게 또 너무 삭막하다고 가산(佳山)이라고도 한다. 잠시 헤매다 마을 안쪽으로 올라가보았는데 두 가산이 모두 옳다. 생각보다 더 가파르고 파출소마저 예쁘다. 회양리에서 수몰된 마을은 1구의 창말, 도룡골, 한절골, 수돌고개 등이다. 회양 2구는 금성산 서쪽에 위치해 온전하다. 회양(回陽)은 '햇볕이 돌아온 마을'이라는 뜻이다.


사수대 공원. 회양리 도룡골의 동신당이 있던 곳이다. 계단 위 자연석으로 두른 곳이 네 종류의 나무가 얽혀 있는 조산이다.

사수대 공원. 회양리 도룡골의 동신당이 있던 곳이다. 계단 위 자연석으로 두른 곳이 네 종류의 나무가 얽혀 있는 조산이다.

회양관광단지 수변을 따라 데크 산책로가 꽤 길게 이어진다. 상부에 늘어선 나무들은 벚나무다. 광암정 근처 큰 바위에 각자가 있는데 많이 마모되어 읽기가 어렵다.

회양관광단지 수변을 따라 데크 산책로가 꽤 길게 이어진다. 상부에 늘어선 나무들은 벚나무다. 광암정 근처 큰 바위에 각자가 있는데 많이 마모되어 읽기가 어렵다.

워터월드. 여름이면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스피드보트 등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인기 장소다. 저 물아래가 도룡골이다.

워터월드. 여름이면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스피드보트 등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인기 장소다. 저 물아래가 도룡골이다.

만처럼 쏙 들어간 언덕에 사수대 공원이 있다. 이곳은 회양리 도룡골의 동신당이 있던 곳으로 관광단지를 조성할 때 동신당을 훼손하면 탈이 난다 하여 손도 못 대고 가만 두었던 곳이다. 이후 방치되어 인적 드문 곳으로 변해버린 것을 1994년에 재정비했다. 벚나무, 아카시아나무, 고염나무, 담쟁이 등 네 종류의 나무가 사이좋고 보기 좋게 얽혀 있어 사수대(四樹臺)라 한다. 언덕 사면에는 1만 그루의 상사화가 식재되어 있다. 여름날 붉게 피어나는 상사화도 이곳의 자랑 중 하나로 넣어야겠다. 도룡골은 깊숙이 들어온 만의 물 아래에 있다. 그 위에는 지금 워터월드가 떠 있다. 여름이면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스피드보트 등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인기 장소다. 워터월드의 슬로프에서 곶처럼 툭 튀어나간 물가를 따라 데크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 위로 눈이 번쩍 뜨이는 핑크색 건물은 요즘 '핫'하다는 카페다.


◆ 광암정 풍경


회양관광단지 호숫가의 광암정. 멀리 합천댐이 자그맣게 보인다. 댐 오른쪽에 확실하게 눈에 띄는 삼각형 산이 악견산이다.

회양관광단지 호숫가의 광암정. 멀리 합천댐이 자그맣게 보인다. 댐 오른쪽에 확실하게 눈에 띄는 삼각형 산이 악견산이다.

핑크 카페 옆 합천호가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에 광암정(廣巖亭)이라는 정자 하나가 앉아 있다. 조선 고종 때인 1886년에 매와거사(梅窩居士) 권정기(權正基)라는 인물이 아버지 권병덕(權秉德)을 위하여 지었다고 한다. 광암정 편액은 아버지의 호다. 정자는 정면 4칸 측면 3칸 규모로 가운데에 방을 들여 놓고 사방에 마루를 둘렀는데, 팔작지붕이 제 날개를 넉넉히 뻗어 활주를 짚고는 온 마루에 그늘을 드리운다. 그늘 속에 팔각의 불발기창이 있는 분합문이다. 섬세하여 아름답고 옥빛이라 더욱 곱다. 웬 도둑놈이 1997년에 이 문짝 절반을 떼어갔단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그 문짝들은.


멀리 합천댐이 자그맣게 보인다. 저기 합천호 수문 근처가 원래 광암정이 있던 자리다. 정자는 커다란 바위위에서 황강을 내려다보며 절경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댐 오른쪽에 확실하게 눈에 띄는 삼각형 산은 악견산이다. '큰 바위 산'이라는 악견산은 자기가 지닌 견고함을 여유롭게 드러내고 있다. 저 산 꼭대기에 산성이 있다고 한다. 세종 때 축성되었고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활약한 성이라 한다. 산을 오르는 느낌에 들어 숨이 차다. 그 옆으로 금성산이 이어진다. 옛날 봉화가 있었다고 해서 봉화산이라고도 불린다. 정상부 암벽의 기세가 허굴산으로 이어진다. 호수를 감싸듯 기립한 악견, 금성, 허굴산을 대병삼산(大幷三山)이라 부른다.


물 위에 파란 지붕의 낚시좌대 하나가 떠 있다. 하도 태연해서 숨이 가지런해진다. 그 연안으로부터 선착장 경사로가 비스듬하다. 경사로 위 건물에는 대병면 어업계 사무실이 있다. 지나치면서 어 어 어, 어부가 있다고? 라는 생각을 했었다. 대병면 어업계는 30년이 넘은 단체라 한다. 200명이 넘는 회원이 있고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생태계 교란종을 처치하고 호수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도 한다. 어자원 보호를 위해 때때로 내수면 어업 휴식년제도 실시하고 다양한 어종 확보를 위해 뱀장어, 쏘가리, 붕어, 빙어 등을 방류하기도 한다. 어부도 낚시꾼도 보이지 않는다. 호수는 티 하나 없는 보석 같은 빛이다. 산발한 이팝나무가 호수를 향해 몸을 뻗는다. 집시처럼 자유로운 허리다. 붉은 꽃 양귀비와 보랏빛 엉겅퀴가 끄덕끄덕 머리를 주억댄다. 무지막지하게 전지된 배롱나무는 속상한 소년처럼 처연하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가지치기인데 바람과 빛을 확보하고 꽃을 더욱 늘리려면 이리 해야 한단다. 그러니, 서러워하지 말아야지.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12번 광주대구고속도로 고령IC로 나간다. 33번 합천대로를 타고 가다 금양교차로에서 합천읍내 방향으로 간다. 제2합천교를 지나자마자 우회전해 합천영상테마파크 방향으로 간다. 영상테마파크를 지나 직진하면 합천댐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회양삼거리다. 삼거리 오른쪽 합천호숫가에 회양관광단지가 넓게 자리한다. 주차와 입장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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