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까지 갤러리 닷에서 열려
자연을 향한 지극한 애정 담긴 ‘자연화’
임동식 작. <갤러리 닷 제공>
갤러리 닷이 오는 15일까지 '꽃피다 임동식'전을 연다. 지난 2017년 개관 기념 전시 이후 임 작가가 이 갤러리에서 다시 개인전을 여는 것은 9년 만이다.
이번 전시는 1981년 '야투(野投)'를 통해 들판에 몸을 던졌던 청년이 독일 함부르크의 차가운 지성을 거쳐 1990년대 초 마음의 고향인 충남 공주의 원골로 돌아온 후의 작업을 담았다. 원골의 풍경을 정직한 노동으로 통과하며 채집한 '실존적 자연화'의 기록이자 평생 자연과 대화하며 일궈온 생명의 정수가 담긴 작품 11점이 소개된다.
이 중 '방흥리 할아버지 고목나무 그리기와 정성 드리기' 2점은 오는 9월 열리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이와 관련된 '친구가 권유한 방흥리 할아버지 고목나무 여덟 방향'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임동식 작. <갤러리 닷 제공>
임 작가는 지난 7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갤러리 닷 개관 전시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전시를 하고 싶었으나, 이후 여러 미술관에서 대형 개인전을 하게 되면서 시간이 꽤 소요됐다"고 말했다.
임 작가의 화면은 시각적 자극으로 눈길을 끌기보다는 보는 이의 내면의 깊은 곳을 천천히 움직이게 한다. 세속적 욕망이나 기교 같은 불순물은 덜어내고, 자연을 향한 지극한 애정만을 담아냈다. 이렇게 응축된 체온 같은 온기는 화폭을 넘어 보는 이의 마음속에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마치 살아 있는 설치미술처럼 느껴진다. '야투'를 통해 들판에 몸을 던졌던 그가 원골마을로 돌아와 자연과 자신을 하나로 받아들이며 이어온 작업들이 붓끝에서 다시 살아난다. 원골에 정착한 그는 스스로 집을 짓고 흙을 일구며 생명을 길렀다. 후배를 양성하고 꽃을 심는 그 일상의 여백마다 자연미술의 정수가 깊이 배어 있다.
임 작가는 "1980년대 독일 함부르크에 있다가 공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활동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당시 도시 문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대미술의 판을 많이 경험했기에 저에게 그것은 결코 새로운 게 아니었다. 오히려 농촌 마을로 들어가는 것이 더 기대되고 새로운 일이었다"며 "원골마을에 들어가게 됐는데, 동네 분들이 눈만 뜨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자연과 한 몸이 되다시피하는 점이 굉장히 놀랍고 감동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풍경은 단순히 눈으로 즐기기 위한 '박제된 자연'이 아니다. 침묵 속에서 기억의 원형을 일깨우는 실존의 현장이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그저 바라보는 풍경화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 속으로 자신을 편입시킨 결과물인 '자연화'라고 할 수 있다.
임 작가는 "야외에서 행위예술을 할 때 그에 대한 증명과 기록을 사진·비디오 등으로 남길 수 있는데, 그런 매체를 통한 기록보다는 기왕이면 제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까 자신이 해왔던 잊히지 않는 내용들을 직접 그리는, '야외 현장 미술'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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