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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웃을 때 경북대병원은 울었다…‘의료 수익’에 가려진 지방의 비명

2026-05-09 13:45

환자 몰려 매출 8천억 ‘V자 반등’ 성공…입원 수익 23% 늘며 외형은 복원
수익 늘어도 순손실 929억 ‘전국 최대’…“벌수록 손해 보는 지방 거점의 역설”

국립대학교병원 경영 실적 현황(2024~2025).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국립대학교병원 경영 실적 현황(2024~2025).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환자가 돌아오면 병원의 곳간도 채워질 것이라는 상식은 대구·경북 의료의 심장부에서 무참히 깨졌다. 지난해 경북대병원이 기록한 '매출 8천억원 돌파'와 '전국 국립대 최다 적자'라는 두 수치의 공존은 오늘날 지방 거점 병원들이 마주한 비극적 역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권 병원들이 흑자의 축배를 들 때, 지방의 보루는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병원장의 보수를 깎아 신입의 연봉을 보전하는 처절한 '생존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겉으로는 화려한 반등의 지표 뒤에 가려진, 지방 의료의 무너져가는 내벽과 그 속에서 치열하게 버티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데이터로 기록한다.<편집 자주>


◆덩치 키웠지만 곳간은 '텅'


의료대란의 파고를 겪은 대구·경북 의료의 본산 경북대병원이 지난해 8천억원대 의료수익을 올리며 외형 회복에 성공했다. 의료 공백의 위기를 딛고 환자들이 다시 몰리며 수익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한때 1천억원을 넘어섰던 순손실 규모 역시 소폭 줄어들며 경영 정상화의 불씨를 지피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 성장세에도 경영 내실은 여전히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병상을 다시 채운 환자들의 발길이 무색하게, 수익 개선 속도가 가파른 물가 상승과 고정비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탓이다. 결국 경북대병원은 실적 반등이라는 희망적인 지표 이면에 전국 11개 국립대병원 중 '적자 규모 1위'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며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4일 영남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북대병원의 의료수익은 8천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6천854억 원) 대비 1천175억 원(17.1%)이나 불어난 수치다. 이 같은 반등폭은 전국 11개 국립대병원 평균 증가율(14.1%)을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서울대병원(19.6%)과 분당서울대병원(19.2%) 등 이른바 '수도권 대형 병원'들을 제외하면 지방 국립대 중 단연 압도적인 회복세로, 의료대란 직후 위축됐던 지역 내 중증 의료 수요가 거점 병원인 경북대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장의 일등 공신은 입원 진료였다. 경북대병원의 지난해 입원수익은 4천957억원으로 전년보다 23.1% 폭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입원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61.7%까지 치솟았다. 반면 외래수익 증가율은 8.7%에 그쳐, 병원을 찾는 일반 환자보다는 수술과 처치가 필요한 중증·응급 환자가 수익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의료 체계가 고난도 환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신호탄으로 풀이되지만, 동시에 병원이 감당해야 할 진료 강도와 리스크 역시 비례해서 커졌음을 의미한다.


국립대학교병원 순이익 현황.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국립대학교병원 순이익 현황.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문제는 내실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곳간은 더 비었다. 경북대병원이 지난해 기록한 순손실은 929억원에 달한다. 2024년(1천40억원 적자)보다 적자 폭을 110억원가량 줄이긴 했으나, 전국 국립대병원 중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을 보고했다. 적자 2위인 부산대병원(757억원), 3위 경상대병원(596억원)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환자가 돌아올수록 수익이 개선되는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지방 국립대의 운영 효율성을 저해하는 고질적 비용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는 수도권 국립대병원의 행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서울대병원은 1천억원대 적자를 딛고 지난해 308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으며, 분당서울대병원 역시 흑자 규모를 339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매출 증가와 함께 경영 효율화에 성공한 서울권 병원들과 달리, 경북대병원은 '많이 벌수록 적자도 커지는' 지방 거점 병원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수도권으로 향하는 환자 유출을 막기 위한 과감한 시설 투자가 오히려 부채와 이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의 고리가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서는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력 수급 비용 상승과 필수 의료 유지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경북대병원 교수로 퇴직한 대구 달서구 A 개원의는 "환자가 돌아오며 외형은 복원됐지만,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 수도권과의 인프라 격차를 메우기 위한 투자 비용이 수익 성장을 압도하는 상황"이라며 "지방 의료의 최후 보루인 국립대병원이 자생적 회복 능력을 상실하기 전에 정부 차원의 획기적이고 구조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프=생성형 AI>

<그래프=생성형 AI>



병원장 연봉은 '전국 꼴찌'…기관장 보수 깎아 현장 투입한 경북대병원

출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이 공시한 2025년 국립대병원 보수 현황. <단위: 직원 1인당, 천원, 년, 명>

출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이 공시한 '2025년 국립대병원 보수 현황'. <단위: 직원 1인당, 천원, 년, 명>

경북대병원장 처우가 전국 최하위권이지만 신입 인력의 몸값은 서울대병원에 이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도권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해 기관장 보수를 절감한 재원을 신입과 실무진 처우 개선에 집중 투입한 지역 거점 병원의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


'2025년 국립대병원 보수 현황'을 보면, 경북대병원장 연봉은 1억5천766만원이다. 1년 전보다 7.8% 올랐지만 12개 주요 국립대병원장 중 가장 낮은 금액이다. 연봉 1위인 국립암센터(4억3천188만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대병원(2억1천839만원)이나 경상대병원(1억8천958만원)과 비교해도 확연히 낮다. 타 병원장들이 억대 규모의 성과상여금이나 실적수당으로 몸값을 높인 것과 달리, 경북대병원은 기관장 보수 체계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이 공시한 2025년 국립대병원 보수 현황. <단위: 직원 1인당, 천원, 년, 명>

출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이 공시한 '2025년 국립대병원 보수 현황'. <단위: 직원 1인당, 천원, 년, 명>

반면 경북대 병원 현장 실무진에 대한 투자는 공격적이다. 병원의 미래를 책임질 신입사원 초임은 4천549만원이다. 전국 국립대병원 중 '부동의 1위'인 서울대병원(5천375만원)을 제외하면 두 번째로 높다. 지방 국립대병원 중에서는 단연 독보적인 수준이다.


눈여겨볼 점은 상승 폭이다. 경북대병원 신입 초임 인상률은 7.58%로, 전국 평균(4.49%)을 크게 웃돌았다. 지역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서울 대형병원 못지않은 처우를 보장해 우수 인재를 지역에 묶어두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신입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의 처우도 제법 탄탄하다. 경북대병원 직원 평균 연봉은 7천949만원(전체 4위)이다. 서울대병원(8천292만원)이나 국립암센터(8천242만원) 등 수도권 주요 기관들과의 격차를 300만원 안팎까지 좁혔다. 전북대(7천729만원), 부산대(7천712만원) 등 타 거점 병원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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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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