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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수용자의 자녀

2026-05-11 06:00
이은미 변호사

이은미 변호사

미성년 자녀를 홀로 양육하는 사람이 형사재판을 받다가 선고기일에 법정에서 구속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친척들이 가끔 들여다 보면서 미성년 아이들끼리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방치되는 경우도 있고, 보육시설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또 미성년 자녀가 홀로 지내게 되면 그 집은 불량한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기도 한다.


몇 달 전 내가 국선으로 맡은 여성 피고인을 구치소에서 접견했다. 사건 기록에 딸과 함께 산다고 되어 있길래 딸은 지금 누구와 같이 있는지 물었다. 피고인은 딸이 고3이라서 혼자 지낸다고 했다. 딸이 면회 왔었냐고 물으니 딸에게는 편지 한 통 쓴 적이 없고 면회 얘기도 하지 않아서 소식을 모른다고 했다. 아이가 성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혼자서 잘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나 하는 순간 피고인은 아이가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했었고 구치소에서 만나면 자신에게 심하게 화를 낼 것이라고 했다. 무서워서 연락도 못하겠다고.


아이가 밥은 어떻게 먹냐고 하니 학교에서 급식이 나온다고 했고 나머진 모르겠다고 했다. 돈은 구속 전 5만 원을 줬는데 지금 다 썼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아이가 잘 지내는지 확인해서 편지를 주겠노라고 말하고 피고인 딸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아이는 피고인과 함께 살던 월세 집에 있었다. 평소라면 겨울 초입이라 수능은 끝났을 것이고 이제 곧 성인이니 친구들과 어울려서 지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연락해 볼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피고인이 아이가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했었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피고인이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자 피고인의 딸이 힘없이 전화를 받았다. 밥은 어떻게 먹냐고 하니까 수능이 끝나고 학교를 가지 않기 때문에 급식은 먹지 못하고 엄마가 준 돈은 이제 다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집에 정수기가 없어서 엄마가 물을 사놨었는데 물도 다 떨어졌어요"라고 했다. 친구는 없고 늘 집에 혼자 있으며, 체크카드에 남은 돈도 없어서 어디 나가지도 않았다고 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수돗물을 끓여 먹으라고 하겠지만 우울하고 무기력하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거나 생각을 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임지고 이 아이를 도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완전히 희망을 놓아버리지는 않도록 사소한 기쁨이나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당분간 생활할 수 있도록 식료품과 즉석식품들, 물과 음료수, 과자 등 간식거리를 한가득 보내주었다. 아이가 아르바이트라도 알아보고 당분간 어디를 다닐 수 있도록 교통비조로 소액을 충전시켜 주었다. 며칠 뒤 아이로부터 내가 보낸 것들을 받았으며,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아이에게 아무리 우울해도 꼭 씻으라고 말했다.


수용자 자녀는 사회적 비난이나 소문이 날 것이 두려워서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더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후 나는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수용자의 자녀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 단체의 도움을 받도록 조언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취약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쓰는 것은 언젠가 나와 내 가족이 이용할 수도 있는 그물을 짜는 것이고, 그럴 때 우리는 낯선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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