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의정 갈등의 상흔…“맹목적 지지가 지역 의료 소외 불렀다” 자성론
이재명 정부 설득할 ‘정치적 체급’ 주목…‘AI 바이오’ 앞세운 실용주의 전략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12일 대구지역 의사들의 지지 선언에 감사를 표하며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부겸 예비후보 캠프 제공>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고,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 기반이 견고했던 대구 의료계가 진영 논리를 깨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힘 심장부인 대구에서 나온 이번 '전략적 이탈'은 2024년 의대 증원 사태 이후 쌓여온 의정 갈등의 깊은 앙금과 지역 의료 고사에 대한 절박한 생존 본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2일 대구지역 의사 100인은 공식 선언문을 통해 "김부겸 후보는 지역 의료 붕괴를 막고 대구를 첨단 의료 도시로 재도약시킬 적임자"라고 공표했다. 이같은 행보의 이면에는 2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의대 정원 확대 사태가 자리한다. 당시 정부와 의료계 간 극한 대립 속에서 대구 의료계는 응급실 마비와 수련병원 공동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의료계는 당시의 혼란을 '의료 농단'으로 규정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일방적 정책으로 지역 의료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김 예비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A 개업의(50대)는 "그동안 보수 정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정작 의료계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지역 정치인 중 어느 누구도 중앙 권력을 향해 제대로 된 쓴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무조건적인 지지가 오히려 지역 의료의 소외와 중앙의 무관심을 불렀다는 냉정한 현실에 대한 자각이 이번 지지의 도화선이 됐다"고 했다.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투표가 더 이상 직능(의료계)의 권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실용주의적 투표 성향이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분출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의사들이 이념적 선호도보다 김 예비후보의 '행정적 중량감'에 주목한 점을 핵심 변수로 꼽는다.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그의 경륜이 현 이재명 정부 및 거대 여당인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결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야당이 된 국민의힘 예비후보보다 실질적인 예산권과 집행권을 쥔 집권 여당 소속의 김 예비후보가 지역 예산 확보와 현안 해결에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선언은 정치적 수사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 결합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의사회의 김경호· 김용한·이준엽 부회장 등 지역 의료 현장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김 예비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했기 때문이다. 지지 선언 현장에는 곽재혁·최덕윤·김창곤 등 젊은 의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김 예비후보는 "의료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공공의 문제"라며 "무너지는 필수의료 체계를 반드시 재건하고, 대구를 대한민국 AI 바이오 메디컬 중심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의 시각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지에 동참하지 않은 다수 의사와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이번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한 고위 당직자는 "지난 의정 갈등의 단초를 제공하고 의료계가 반대해온 정책 기조를 유지해온 민주당 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명분 없는 자가당착"이라며 "이는 선거를 앞둔 점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세 결집에 불과하다"고 폄훼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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